'이웃사촌'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도청 대상에 연민을 품게 되는 도청 요원의 이야기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2006)에서 등장한다. 이 소재는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사용됐다. 극 중 '귀때기' 정만복(김영민 분)은 주인공 리정혁(현빈 분)과 윤세리(손예진 분)를 도청하다가 그들의 사랑을 돕는 조력자로 거듭난다. 이처럼 익숙한 소재를 다루는 '이웃사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라는 감독의 특장점이 발휘돼 소박한 재미로 차별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은 '7번방의 선물'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영화는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야당 대표 이의식(오달수 분)이 공항에서부터 알 수 없는 이들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장면을 그리며 시작한다. 이어 좌천된 안정부 요원 유대권(정우 분)이 등장한다. '빨갱이 잡이'에 혈안이 된 자칭 반 타칭 반 애국자 유대권은 도청을 위해 오물 가득한 재래식 화장실 안에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 유대권은 안정부 기획조정실 김실장(김희원 분)으로부터 가택 연금된 이의식과 그의 가족들을 철저히 도청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이의식과 담벼락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게 된 유대권은 이의식과 어쩔 수 없이 '표면적' 이웃사촌으로서 관계를 맺게 된다. 떡볶이나 감자 같은 간식을 주고받기도 하고, 함께 목욕탕에 가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 유대권은 서서히 이의식의 인간적인 면들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북한과 소통하는 '빨갱이'인 줄만 알았던 정치인이 자신처럼 무좀을 앓고, 가장의 무게를 느끼는 평범한 중년 남성인 것을 체감하게 된 것.

'이웃사촌'은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는 조금 아쉽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가택연금을 당했던 두 전직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의식이라는 인물에게서 기대할만한 신념을 의식적으로 지워버린 탓에, 인물의 매력이 반감된 느낌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 외에 이의식에게서는 그다지 존경할만한 점도, 매력적인 면도 느껴지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인 오달수가 그럴듯하게 이의식을 잘 표현해주었지만, 연기력으로도 캐릭터의 아쉬움은 채워지지 않았다. 유대권이라는 소시민의 눈에 대상화된 이의식이라는 인물은 평범하지만 좋은 사람을 가장한 피상적인 인물일 뿐, 생동감이 없다.


다만 '이웃사람'은 장점이 확실한 영화다. 일단 이환경 감독은 전작 '7번방의 선물'에서도 그랬듯 코미디 장면들에서 관객들을 웃기고야 만다. 특히 코미디 신의 백미는 가정부 염혜란과 두 요원 김병철 조현철이 만들어낸 '숨바꼭질신'이다.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발산되는 세 사람의 앙상블이 흥미롭다. 이 신을 포함해 정우 김병철 조현철이 함께 하는 신들에서 종종 큰 웃음이 터진다. '7번방의 선물'이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선 웃음 후 눈물' 공식이 적용되는데 이의식의 큰딸로 나오는 은진 역의 이유비가 '눈물신'에서 큰 역할을 한다.

전반적으로 '이웃사람'은 큰 야심없이 소박하고 정감가게 만든 영화다. 비슷한 시대를 다룬 '변호인'이나 '택시운전사' '1987' 등과 같은 영화가 주는 뜨거움을 품지는 않았으나 따뜻한 웃음과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흐르는 보편적인 감성을 대중적으로 잘 버무린 휴먼 드라마다. 대체 역사(?)로 마무리 되는 엔딩은 조금 의아스럽다. 러닝타임 130분.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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