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리던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다. 성직자이자 의사였던 그는 전쟁의 고통과 굶주림으로 신음하던 톤즈에 정착해 병원과 학교를 짓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그의 움막 진료소에는 매일 200~300명의 마을 주민이 찾아와 병을 치료했고 좁은 교실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글을 익혔다. 총소리가 난무하던 톤즈에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진 것도 그를 통해서다. 암으로 이 신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더 이상 그를 볼 순 없지만 그가 남긴 발자취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되새겨지고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톤즈에 뿌린 사랑의 씨앗… 꽃으로 피다
“I feel your pain(당신의 고통을 함께 느낍니다). 미국 대통령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었어요. 그동안 80여개 나라를 다니면서 정치인·기업인·기자·종교지도자·교육자 등을 다양하게 취재했죠. 존경받는 사람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이태석 신부는 그중에서도 탁월한 공감 능력을 가진 분이시죠. 그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공감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후속작 ‘부활’은 그렇게 탄생했다. 10년 전 개봉한 ‘울지마 톤즈’가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면 ‘부활’은 이 신부의 사랑과 헌신이 어떻게 뿌리내렸는지 그리고 이 신부를 롤모델로 삼아 온 제자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담아냈다.
당시 9~10살의 어린 남수단 아이들은 어엿한 의사와 약사로 성장했다. 기자와 공무원이 된 친구도 있고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간 학생도 있었다. 놀라운 점은 구 감독이 만난 이 신부의 제자 70명 중 45명이 의과대학을 다니거나 의사 가운을 입었다는 것. 이들은 모두 ‘제2의 이태석’이 돼 그와 같은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부님의 제자들이 한센인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센인은 이 신부가 생전에 가장 관심을 갖고 보살폈던 사람들이거든요. 이 신부가 톤즈를 떠난 후 아무도 찾지 않아 고통 속에 살고 있었는데 제자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던 거죠.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정말 뭉클했어요. 그리고 마치 이 신부가 부활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영화 제목이 ‘부활’입니다.”
섬김의 리더십… 아름다운 향기로 남는 사람
섬김의 리더십. 구 감독은 이 신부가 톤즈에서 일군 삶을 이렇게 정의했다. 남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는 남수단의 딩카족 후예가 이 신부를 기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도, 인종·종교·이념을 초월한 많은 이들이 이 신부의 삶에 빠져드는 것도 모두 ‘섬김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줄었지만 구 감독은 언택트 상영회·무료 강연·찾아가는 영화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대중을 만나 섬김의 리더십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민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진심으로 대하며 욕심을 버리고 공동체의 삶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이 신부의 삶이죠. 오늘날 어려운 현실 속에 섬김의 리더십이 퍼져나간다면 어떨까. 개인의 행복은 물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어 많은 이들에게 이 신부의 삶을 알리고 있어요.”
벌써 차기작 구상도 잡혔다. 4년 뒤면 의대를 졸업하는 이 신부의 제자들 40여명이 얼마나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갔을지 그 과정을 지금부터 기록해 나갈 것이라는 그는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며 “상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영화가 많이 제작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를 위해 울지 마, 네 이웃을 위해 울어줘.” 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가르침 역시 구 감독이 담아낸 두 편의 영화 속에 그가 말한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남아있다. 앞으로 나올 영화 또한 이 신부의 향기로 누군가의 삶을 이끌어갈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