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재석 의원 287명 가운데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1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집권여당이 20년 숙원이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관철했다. 남은 것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뿐. 여당을 단 한걸음도 막아서지 못한 야당은 '무력감'을 호소하면서 반문(反文)연대로 뭉치는 분위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한편, 이번 정기국회에서 거대여당의 위력을 보여준 '입법 독주' 비판을 무마할 코로나·민생·경제 대책에 집중하는 행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한편, 민주당에 대한 '의회 독재' 비판여론을 앞세워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대여 투쟁 전략에 골몰 중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이제 여야는 각각 '공수처 이후'를 고민하는 출구전략도 짜야 한다.

민주당이 개혁과제 '완수'에 대한 자축 분위기를 얼마나 이어갈지도 관전 포인트다. 공수처 숙원을 이뤘으나 그 과정에서 얻은 '입법 독재'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는 순간 민주당 의원들이 앉아 있는 의석에선 큰 함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순간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역사적 현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투명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공수처'로 신뢰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속이 다 후련하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독재 운운하는데 독재에 길들여진 눈에는 민주주의도 독재로 보이나 보다. 참 한심"이라고 적었다. 역시 4선의 송영길 의원은 "이렇게 역사는 진전한다"며 "해방 이후 처음으로 검찰의 기소권 독점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미소짓고 있다. 2020.1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무력했다.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저마다 손에 '친문독재'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와 항의를 했지만, 민주당의 환호에 묻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을 만드는 과정도 불법과 억지로 가득 차있지만 법 개정 과정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는 다음에야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히틀러 정권도 민주적 선거를 통해 탄생했다"며 "저들은 괴물을 만들면서 함께 괴물이 됐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괴물의 손에 당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공수처를 막아서지 못했으니 이후 '대여 투쟁'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필리버스터 등으로 여당의 '입법 독주'를 국민에 알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원내 투쟁 한계를 절감한 분위기다. 전날(10일)보수 성향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한데 모여 '반문 연대' 성격의 비상시국연대를 결성한 것이 장외투쟁과 세력화의 일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에는 주호영 원내대표, 안철수 대표,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7인을 추대했다.

한편, 공수처 출범을 향해 총력 질주해온 민주당은 '거여(巨與) 입법독주' 비판에 부담을 느낀 듯,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일단 보류했다. 원하던 공수처법 개정안을 얻었으니 야당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로 선회한 것.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법안에 대해 충분한 의사표시를 보장해달라는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전날 소집된 임시국회 회기(30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도 있게 됐지만, 30일을 다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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