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성탄절과 연말을 앞둔 14일 점심무렵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한산하다. 2020.1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박기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들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도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속 통제된 연말을 맞게 된 세대·직업별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시험 끝 해방감을 만끽하지 못하는 10대와 연말 모임을 잃은 20~30대,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허탈함'을 토로했다. 반대로 '저녁 있는 삶'을 찾은 40~50대는 만족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10대 "공부 끝 해방감? 아직 구체적 계획이 없어요"


이맘때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기말고사와 같은 큰 시험을 마치고 '해방감'을 즐기던 10대들은 코로나19 속 연말이 야속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연말 계획도 줄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능을 치른 박지영양(19)은 "수능 끝에 몰려오는 해방감에다, 이제 곧 성인이 된다는 현실에 한때 설레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막상 할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아 그냥 집에만 있다. 할 게 없다"고 토로했다.

고등학생 이지훈군(가명·18)도 "가끔 축구하고, 주말이면 친구들이랑 피씨방 가는 것 외에 할 게 없다"며 "원래도 학생이라 특별히 할 건 없지만, 연말이면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근처에 놀러 가긴 했는데 올해는 그런 것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아쉬운 20~30대 "지인들과 함께하던 연말은 옛말"

특히 지인과 만남이나 동아리·동호회 활동 등 사회 활동량이 가장 많은 20·30대는 지금처럼 연말 모임이 사라진 상황이 달갑지 않다. 이들은 모임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감염 우려에 어쩔 수 없이 연말 약속을 포기하면서도 크게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지모씨(25)는 매해 12월이면 친구들과 술자리를 함께하며 한 해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하지만 지난 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애써 잡은 연말 약속 4개를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지씨는 "퇴근 후 혼자 보내는 상황이 많아 연말 모임을 은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됐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약속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야구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모기현씨(가명·30대)도 사라진 '연말 분위기'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모씨의 동호회는 연말이면 회원 모두가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해당 모임을 내년 1월로 미룬 상태다.

모씨는 "5일에 마지막 경기가 있어 마치고 연말 모임을 하려고 했다"면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지금은 다들 모이는 걸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아쉬워했다.

대학가의 허탈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소재 A 대학의 풍물동아리는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결국 40여 년째 내려오던 동아리 연말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동아리 회원인 김민정씨(가명·20)는 "다 같이 모여 공연을 할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서 공연을 무기한 미루기로 했다"면서 "1년 동안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는데 무척 안타깝다"고 전했다.

◇40~50대 직장인 "모임이 사라지니 가족들이 오히려 좋아해"

40·50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연말 모임이 사라지자 가족이 좋아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를 계기로 올 연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인 김철민씨(가명·40대)는 "연말에 모임이 없어 조금 분위기가 안나는 면이 있지만 아이들과 아내는 무척 좋아한다"며 "올해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박동엽씨(가명·50대)도 "정부에서 모이지 말라고도 하지만, 애들이나 애들 엄마도 걱정해 (회식에) 안 가고 있다"면서 "그랬더니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만에 하나 걸리기라도 하면 가족, 회사 다 문제 되는데 연말 회식에 나가선 안 될 것 같다"며 "연말 분위기는 안 나는데, 사실 술 마시는 거 말고는 딱히 없으니 잘 됐다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회식 문화가 사라지길 내심 기대하는 이도 있었다. 지금껏 연말 술자리가 부담스러웠다는 박선민(가명·40대)씨는 "지금 상황이 오히려 잘 된 측면도 있다"면서 "이렇게 연말 보내고 나면 회식 문화 같은 것도 조금은 변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젊은층에서도 되찾은 '저녁 있는 삶'에 만족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이연수씨(가명·27)는 "작년에 회식에 한 번 나가지 않았다가 회사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 '요즘 왜 술 안 먹느냐'고 캐물었던 경험이 있다"면서 "특히 연말엔 부서 송년회 등 회식이 잦은데, 올해는 눈치 안 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 좋다"고 했다.

◇통제된 연말에 대안 찾는 시민들

달라진 연말에 시민들은 대안을 찾고 있다. 특히 '온택트'가 대세다. 전 세대가 '랜선 모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공간에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한해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로운 한해에 대해 이야기하던 모습은 '가상 공간'으로 옮겨졌다.

20대 최모씨는 최근 시간이 나면 친구들과 랜선 모임을 가진다. 최씨는 "시간 날때마다 접촉해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며 "직접 만날 수 없지만 집에서 편하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랜선 모임은 특히 중장년층 사이에서 활발하다. 60대 한 남성은 "최근 회의를 위해 줌이라는 프로그램을 배웠다. 그 뒤로 친구, 동료들과 한 번씩 랜선으로 만난다"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한 번 사용해보니 편리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랜선 모임 확산에 새 트렌드도 생겼다. 한 30대 직장인은 "회사에서 연말 회식을 랜선 모임으로 대체하고 회식비 대신 1인당 5만원을 지급했다"며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좌절하는 소상공인 "연말 특수 없다"

세대를 떠나 좌절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소상공인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른바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며 크게 힘들어하는 반응이었다.

서울 성북구에서 1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우모씨(50대)는 "매년 연말이면 가게에 손님과 예약이 모두 꽉 찼지만 지금은 작년의 10분의 1도 안 돼 고민이 크다"고 했다.

우씨는 "9시면 가게가 문을 닫아야 해 퇴근 후 한 잔 하려는 손님이 거의 사라졌다"며 "10년이 넘게 버텼는데 이제는 영업 중단까지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고 했다.

명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0대)도 "연말이면 외국인 손님으로 가게가 북적여 평소보다 하루 100만원씩 더 벌곤 했다"면서 "올해는 (가게가) 텅텅 비어 작년 연말에 비해 매출이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