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의 분양보증시장 독점구조에 대한 업계 내 대립이 첨예하다. 국토교통부는 12월 말 '주택 분양보증제도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사진제공=HUG
건설업계는 그동안 여러 부작용 사례를 근거로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시장 독점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돼 온 분양보증시장 개방이 가장 최근에 논의된 건 3년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HUG의 보증 독점을 ‘경쟁 제한적 규제’로 지목하고 2020년 말까지 개선을 권고했다.
분양보증시장이 민간에 개방될 경우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논란은 ‘분양가 인하’ 여부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선 HUG의 지나친 고분양가 규제가 소수 국민의 ‘로또 분양’으로 변질돼 자산 양극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는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할 경우 경쟁적인 보증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분양가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는 표면상의 명분일 뿐 사실상 ‘돈’이 되는 분양보증시장에 뛰어들려는 업계의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HUG는 분양보증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꿀 경우 보증 수수료가 낮아질 순 있지만 분양가가 인하되는 효과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영업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민간 건설회사의 특성상 공공성 추구가 불가능하고 소비자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독점 깨면 분양가 떨어진다” 목청 높여

국토교통부는 12월 말 ‘주택 분양보증제도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지난 8월 발주한 이 연구용역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했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와 업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분양보증제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점을 최대한 빨리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보증시장 개방이 논의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동안 수차례 미뤄졌던 건 HUG와 국토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반발해왔다.

12월10일 열린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방안’ 온라인 공청회에선 HUG가 분양보증업무를 독점하면서 발생하는 ▲분양 수수료 폭리 ▲분양가 강제 인하와 거부 시 보증서 발급 중단 ▲분양 지연으로 인한 무주택 서민의 부담 증가 등 각종 문제가 지적됐다.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는 “HUG가 업체에겐 무서운 곳이 됐고 담당자가 인허가 부서를 힘들어한다”며 “이는 불친절하고 오래 걸리는 일처리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대한주택건설협회 이사로 4년째 일하고 있는데 업계에서 주택사업공제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수년 전부터 나왔다”며 “독점 해제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양보증시장 민간개방에 대해 HUG는 "공공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기업의 경우 보증이행을 중단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제공=HUG

HUG “보증료 인상 우려”

하지만 HUG는 이 같은 업계 주장에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양보증은 다각도로 볼 때 공공기관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 HUG는 사실상 정부의 분양가 관리정책을 대신 수행하는 기관으로 국민 재산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분양보증시장의 민간개방에 대한 신중론으로 이어진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은 건설업체 부도 등 위험으로부터 분양 계약자인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이고 법률로 정해진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금보험공사가 대표적 사례”라고 지목하며 “국민 재산을 보호하는 정책보증이 공기업에서 운영되는 이유는 경제 불황 때 대규모 사고 발생 위험이 높고 민간기업의 경우 보증이행을 중단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분양 보증료율 인하에 따른 분양가 하향 가능성 역시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요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시장이 경쟁체제로 바뀌면 민간 보증기관이 대형 건설업체 위주로 영업하고 중소 건설업체의 경우 보증 위축과 보증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업계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영호 우리은행 연구소 실장은 “현재 분양시장이 좋다 보니 리스크 부분이 주목받지 않지만 몇 년 후 공급과 미분양이 늘어나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개방 맞지만 리스크 우려돼”

전문가들은 분양보증의 민간개방이 불가피하더라도 건설업계가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선 의문을 던진다.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 측면에선 필요하지만 민간업체가 수행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보증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보증시장 여건이 많이 변화했는데 지금은 분양이 거의 100% 되는 상황에 인·허가만 받는 요식행위처럼 됐다”며 “따라서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공사가 분양자를 위한 보증사업을 하는 것과 달리 민간조합은 건설업체 리스크를 보증해줄 수 있는 업체가 필요하다. 틈새시장을 찾는 것도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조합원인 건설업체와 보증을 제공하는 심사기관이 같다는 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가 분양보증시장에 참여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분양가 규제에 대한 불만이지만 실제로 분양가 규제를 약화시키는 효과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보증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정부가 분양가 규제 기능을 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인하 효과에 대해선 “수수료율이 반드시 내려간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민간업계의 암묵적 담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