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대표이사./사진=셀트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산 신약과 백신이 정식 허가를 받아 이번 달부터 의료현장에서 쓰이게 될 전망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부터 전문가 자문과 검증을 통해 약물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했으며 모든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되면 이번 달 내 치료제와 백신 허가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렉키로나는 이번달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둘째 주에 허가가 예상됐다. 코로나 치료제의 국산화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 그간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코로나 치료제는 미국계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유일했다. 국산 코로나 치료제가 조만간 나온다는 소식에 업계는 기대감이 큰 동시에 임상결과에 대해서 우려하기도 한다. 신약후보물질 탐색·임상·허가 신청까지 렉키로나 연구개발 전 과정을 지휘한 기우성 셀트리온그룹 부회장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렉키로나주 개발 일정./사진=김은옥 머니S 기자

모두 밤샘 작업… 개발 ‘5개월’ 단축


“우리가 약(藥)을 왜 만든다고 생각하나? 상황이 이런데 제약·바이오기업이라면 사명감을 갖고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2월 초.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 계획에 대해 우려하는 임원에게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쉽지 않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직면했었다. 신약개발은 경우에 따라 대박 칠 수도 쪽박 찰 수도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사업.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데만 1년이 걸리는 데다 지금처럼 코로나가 장기간 기승을 부릴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개발 도중 상업성이 없어지면 연구를 접어야 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밤샘작업을 한 끝에 렉키로나가 탄생했다.

기 대표는 “1년 내내 거의 매일 밤 12시에 퇴근했으며 연구원들도 밤샘을 밥 먹듯 했다. 국민을 구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며 “그런데 렉키로나에 대해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빨리 개발할 수가 없다. 분명 사기다’라는 비난을 들으니 씁쓸하다. 글로벌 임상3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추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렉키로나엔 셀트리온 임직원의 피, 땀, 눈물이 담겨있다. 지난해 2월27일 셀트리온 연구원들은 서울대병원에서 코로나 회복 환자의 혈액 샘플을 받아 곧바로 3교대 체제로 돌아가며 24시간 내내 최적의 후보물질을 찾았다. 결국 평균보다 5개월 단축에 성공해 한 달 만인 3월 23일에 후보물질을 300개 내외로 추렸다.

기 대표는 “중간에 하자가 생기면 바로 접어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임직원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사업성보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했더니 당초 계획대로 항체치료제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임상시험에 돌입했지만 참여할 환자를 모집하기도 순탄치 않았다. 어마어마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다국적제약사와 경쟁해야 하는 데다 임상시험 조건에 맞는 환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기 대표는 회상했다. 기 대표는 임상 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루마니아행 비행기에 급히 몸을 실었고 현지 직원과 의료진을 만나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그는 “당시 루마니아는 코로나 확산세가 커 마치 전쟁터 같았다. 환자가 급증하다 보니 현지 의료진들은 렉키로나 투여 후 환자 경과를 살피고 이를 기록할 시간도 없었다. 병원 의사가 자녀까지 일터에 데려와 치료와 육아를 병행할 정도였다”며 “상황이 심각했지만 임직원은 확진자를 병원으로 보다 빨리 이송하기 위해 (확진자와 같은) 앰뷸런스에 탑승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았다. 렉키로나는 임직원의 노력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접 생산… 경쟁사보다 장점”


그럼에도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1월26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32만3500원으로 전일 대비 0.78%(2500원) 상승했다. 다음날인 27일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가 예정돼있어 승인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소폭 상승해 회복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얼마 전 1월13일 오후 6시경 렉키로나 임상2상 결과 발표 후 셀트리온 3사의 주가가 모두 급락했다. “예상보다 효과가 좋지 않다”는 일부 교수진의 평가에 이틀 만에 셀트리온 3사의 시가총액이 13조원 가량 줄어들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에 기 대표는 “치료제는 환자를 빨리 회복시키고 의료현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렉키로나 임상2상 결과는 의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경쟁사 릴리나 리제네론 제품의 치료 효과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자사는 자체 제조시설을 갖춰 생산과 공급이 모두 가능한 데다 제조원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반면 리제네론은 제조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임상-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 등 사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렉키로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렉키로나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일각의 비판에 기 대표는 “렉키로나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회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개인 방역과 더불어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등 모두가 개발돼야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제품으로 전염병을 종식시킬 순 없다. 독감백신이 개발됐다고 해서 독감이 종식되지 않았던 것 처럼 말이다”며 “전 세계 인구가 약 70억 명인데 항체치료제만으로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항체치료제와 더불어 가격이 저렴한 화학의약품이 개발돼야 한다”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의 불신에도 기 대표는 향후 유행할 전염병에 대해 이번과 같은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이 책임진다’는 서 회장의 경영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기 대표는 “코로나가 신종감염병인 데다 그 누구도 이렇게 빨리 치료제를 내놓을 거라 예상치 않아 시장의 우려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관절염치료제인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램시마’ 개발에 성공해 항체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만큼 항체를 다루는 기술과 연구경험이 풍부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셀트리온은 향후에도 코로나와 같은 비상상황 시 회사의 역량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