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민준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올해 3월 말 시행되는 금소법은 GA의 불완전판매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최근 GA업계는 보험대리점협회(GA협회)를 중심으로 10개 대형 GA 준법감시인 등 실무자가 모인 ‘금소법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이달 25일 법 시행 전까지 표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GA의 절박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GA업계는 자칫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소법 시행의 골자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철퇴다.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을 모든 상품에 적용해 판매사가 금융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과 상품 추천을 진행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금소법은 급성장세를 보이는 GA를 정조준한다. 금소법 시행으로 6대 판매원칙을 어기면 해당 GA는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내야 한다. 보험설계사와 도급계약을 맺는 GA 입장에서는 이들의 불완전판매로 과도한 과징금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몸집이 큰 중·대형 GA는 이를 버틸 수 있겠지만 소형 GA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또한 현장 영업을 뛰는 GA 설계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위축돼 GA 실적에도 부정적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GA에 불완전판매비율을 낮추라는 압박을 줬다. 이에 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2018년 0.11%에서 2019년 0.0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5회차 계약유지율은 61.5%로 2017년(65.6%)에 비해 하락세다.


25회차 유지율은 보험계약 후 2년이 지나는 동안 계약이 얼마나 유지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또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5일까지 GA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건수도 총 2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했다. 여전히 불완전판매 등 중·대형 GA의 불공정 영업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속설계사보다 GA 설계사 간 판매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특히 GA 설계사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팔다 보니 자신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더 추천한다. 이런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를 양산하는 보험대리점에 대한 단속에 들어간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입구./사진=뉴스1

다양한 상품 판매 이점 내세워 급성장한 GA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생명·손해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판매 전문점으로 최근 몇 년간 고액의 판매수수료를 무기로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대거 유치해 고속 성장을 이뤄왔다. 
지난해 6월 기준 GA 소속 설계사는 23만6733명이다. 보험사 전속설계사 19만9877명과 비교하면 3만6856명이 많은 숫자다. GA 소속 설계사는 2015년 말 처음 20만명을 넘어서며 전속 설계사를 추월한 이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판매 실적도 보험사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대형 GA 경영실적’에 따르면 2019년 중·대형 GA의 신계약건수는 1461만건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2019년 전체 생명보험사의 신규 계약수가 1531만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수치다.   

같은 기간 수수료 수입도 7조4302억원으로 20.8% 늘었다. 설계사 수가 곧 매출인 GA 입장에서는 판매원이 늘수록 이익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GA 설계사는 23만명을 돌파하며 보험사 전속설계사(18만명)를 압도하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국내 GA업체는 약 4500~5000개로 추산된다. 그중 100~500명 이상의 설계사를 보유한 중·대형 GA는 약 190개(지난해 말 기준)로 소속 설계사는 약 18만명이다. GA업계 전체 설계사 수(23만명)의 약 80%를 차지한다. 사실상 GA 업계는 중·대형 GA의 실적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GA, 마케팅 주요 수단 ‘온라인광고’부터 압박


금소법은 당장 GA와 소속 설계사의 주요 마케팅 수단인 유튜브·블로그·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게시하는 온라인광고부터 목을 죌 전망이다.
현재 GA의 온라인광고는 해당 상품 보험사의 준법감시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GA 설계사 대부분은 보험사 확인 없이 불법적으로 상품 영업을 진행한다. 감시가 없다 보니 설계사 임의대로 허위·과장성 문구를 담아 상품을 광고한다. 

GA의 온라인영업은 금소법에 명시된 판매원칙 중 ‘광고규제’에 적용된다. 광고규제 원칙상 판매자는 보장한도·면책사항 등을 누락·미고지하거나 손실보전 또는 이익보장이 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상당수의 온라인광고는 소비자를 쉽게 현혹하도록 문구가 작성돼 있다. 금소법 시행 후 GA의 온라인광고 역시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금소법 도입으로 GA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한다. 더 이상 ‘팔고 보자’ 식의 공격적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GA는 몇 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설계사 교육을 강화하고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하는 등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90% 이상 GA에선 설계사의 무리한 영업 관행이 지속된다. 강력한 금소법 시행이 GA 업계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GA협회 관계자는 “이미 고지의무 확인서가 있지만 고객이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무조건 사인하라기에 사인했다며 불완전판매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어 설명을 제대로 들었을 경우 소비자가 해당 사항을 번복하지 못하도록 추가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설명의무 이행 등을 포함한 통합 확인서 초안을 만들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취 등은 실효성을 떠나 개인정보 보호나 비용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불완전판매 설계사 이력관리나 판매 프로세스 준수 여부 확인 등 시스템 마련도 아직까지 막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