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제주의 작은 편의점에서 매일 5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당시 39·여). 그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날마다 1시간 30분을 걸어서 퇴근했다. 그러면서도 혹여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운동할 겸 걸어다닌다'고 둘러댔다.
이렇게 착한 딸이기만 했던 A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A씨는 그날 저녁 여성 BJ에게 사이버머니를 후원하느라 수천만원의 빚을 진 B씨(범행 당시 29·남)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준비했던 흉기로 A씨를 수차례 찌른 후 시체 은닉을 시도한 B씨는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그날의 잔혹한 범행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B씨는 범행이유로 생활고를 들었지만 그가 A씨에게 뺏은 돈은 단돈 1만원에 불과했다.
1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8월 일어났다. 무직인 B씨는 택배 일을 하다 그만둔 뒤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다른 사람의 금품을 뺏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에서 흉기를 주문했다.
B씨는 8월30일 오후 6시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시장 인근 도로에서 화물차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피해자 A씨가 인적이 드문 방향으로 혼자 걸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화물차를 주차한 후 A씨가 한적한 농로로 접어드는 것을 확인한 B씨는 A씨를 뒤쫓아가 "가진 돈 다 내놔라!"라고 찌를 듯이 달려들었다. A씨가 저항하자 B씨는 준비하고 있던 흉기로 A씨를 수 차례 찔렀고,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A씨가 갖고 있던 현금 1만원도 훔쳤다.
이후 6시간 가량 흘렀을 무렵 사체가 발각될까 두려웠던 B씨는 A씨의 사체를 숨기기로 마음먹고, 범행장소로 되돌아왔다. 그는 사체를 5m 가량 끌어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풀숲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A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울리는 것을 듣고 급히 도주했다.
B씨는 범행 후에도 태연히 A씨의 신용카드를 훔쳐 마트와 편의점에서 우유와 콜라를 사고 결제했다. 결국 B씨는 강도살인과 사체은닉 미수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B씨 측은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인터넷 방송 BJ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재산을 탕진했다는 과장된 보도로 지나친 비난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피력했다.
1심 재판부는 B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자체가 목적이자 돌이킬 수 없다"며 "특히 강도살인죄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명을 수단으로 삼은 반인륜적인 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강도 범행을 위해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는 점, 범행과정에서 A씨를 흉기로 단순히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는 점을 볼 때 당시 A씨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나오자 B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B씨 측은 항소심 첫 공판일이 다가오자 최근까지 법원에 반성문을 10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 가족은 "판사에게만 반성문을 올릴 뿐 피해자 가족들에겐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엄벌을 요청했다.
결국 B씨는 이달 10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 가족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판에서 피해자 가족이 승소할 경우 가해자인 B씨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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