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역사가 벤 윌슨이 도시의 역사를 통해 인류문명사를 다룬 역작 '메트로폴리스'를 비롯해 인간의 본능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소설가가 쓴 'D.H.로렌스의 유럽사 이야기' 그리고 특정 시기를 다룬 '중세 이야기' '벼랑 끝의 파리' '전쟁 25시'가 연이어 출간했다.
'메트로폴리스'는 영국의 젊은 역사학자인 벤 윌슨의 대표작이다. 윌슨은 도시의 역사야말로 인류의 역사라며 기원전 4000년 최초의 도시가 탄생한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도시 26곳을 흥미진지하게 훑는다.
윌슨은 도시의 역사를 통해 인류문명사의 발전을 살펴보면서 코로나19 대유행과 환경오염 등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한 도시와 인류 문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바그다드 길거리 음식은 곧 도시 자체의 역사였다. 또한 로마는 6만명이 나체로 목욕을 즐겼으며 영국의 역사는 런던의 커피점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윌슨이 인천 송도를 방문한 이야기도 실렸다. 저자는 송도와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에서 열광적 에너지를 느꼈다고 밝히면서 세계적인 도시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의 도시들이 가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발전의 동력이라고도 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유명한 소설가 D.H.로렌스가 쓴 유럽사도 눈에 띤다. 로렌스는 창작의 최고 절정기에서 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대학 시절 도와준 은사의 부인과 사랑의 도피를 했다가 도로 잡혀 들어와 몇 년 뒤 가까스로 결혼에 성공했지만, 출간한 책마다 외설 시비를 받고 출간 정지되었고 독일 국적의 부인은 작가가 활동하는 영국에서 스파이 혐의까지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옥스퍼드 대학은 로렌스에게 역사교과서의 집필을 맡겼다. 로렌스가 의뢰를 받고 일필지휘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역사의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관점에서 단순한 연도의 나열이 아닌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유럽사를 관통하는 책을 써나갔다.
앞서 두 권이 통사적 관점에서 역사를 다뤘다면 '중세 이야기' '벼랑 끝의 파리' '전쟁 25시'는 특정 시기에 집중한 책이다. 역사가 메리 매콜리프는 1929년의 세계 대공황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까지 위기를 마주한 파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책은 1929년부터 1940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보부아르, 피츠제럴드, 장 르누아르, 달리 등의 예술가들이 살아온 과정을 다룬다. 책은 문화 예술 황금기를 구가한 파리를 담아낸 저자의 3부작 가운데 2부에 해당한다.
'중세 이야기'는 인문학자 안인희씨가 서양 중세를 시대순으로 36편으로 나눠 소개한 인문교양서다. 저자는 암흑시대라 불리는 중세가 매우 역동적으로 발전하던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저자에 따르면 중세는 유럽 대륙 전체로 역사의 무대가 확대된 '진정한 유럽 역사의 시작'이자, 이교 신들과의 싸움, 기독교 내분, 교황과 황제, 교황과 교황의 싸움이 펼쳐진 '종교 전쟁의 시대'이며, 종교적 전설과 기적, 기사들의 모험을 둘러싼 '환상의 시대'였다.
마지막으로 '전쟁 25시'는 KBS출신으로 4차례나 종군기자로 참여한 박선규 서울과기대 교수가 쓴 참전취재 기록이다. 박 교수는 걸프전을 비롯해 소말리아, 수단, 유고를 다녀왔다. 저자는 4곳의 공통점으로 "지도자가 실패한 곳에서 전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전쟁터 4곳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에는 전쟁의 참혹성과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은 물론 종군기자로서의 인간적 고뇌가 함께 담겨있다. 또 당시의 상황을 통해 자연스럽게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도록 하는 미덕도 품고 있다.
◇ 메트로폴리스/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매일경제신문사/ 2만7000원
◇ 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D. H. 로렌스 지음/ 채희석 옮김/ 페이퍼로드/ 2만2000원
◇ 벼랑 끝의 파리/ 메리 매콜리프 지음/ 최애리 옮김/ 현암사/2만6000원
◇ 중세 이야기/ 안인희 지음/ 지식서재/ 2만원
◇전쟁 25시/ 박선규 지음/ 미다스북스/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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