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의 '진도개테마파크'가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2017년 전남 진도군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훈련을 받는 모습. /사진=뉴스1

진도개를 동원해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한 전남 진도군의 '진도개테마파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진돗개의 본고장인 진도군은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 관광명소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매년 3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진도개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진도개'는 개의 품종 '진돗개' 중에서도 원서식지인 전남 진도군의 심사를 통해 지정된 개를 말한다. 이 행사에서는 진도개 경주·어질리티(dog agility·장애물 경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 3월에도 어김없이 진도개테마파크가 손님을 맞았다.


진도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진도개테마파크 방문객들은 방사장에서 진도개를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다. 공연장에선 평일 두차례 공연, 주말의 경우 한차례의 공연이 펼쳐진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도테마파크'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진도군의 취지와 달리 '동물학대'라는 비판이 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생명존중 없는 '진도테마파크' 폐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진도개테마파크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 '진돗개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진도개 방사장' 등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 행사는 개가 아닌 인간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방사장의) 진돗개들은 순전히 사람의 유흥을 위해 방사된 것이다. 진돗개를 만지고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런 환경에 놓인 진돗개들은 아무리 훈련돼도 당연히 공격성이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이 청원은 19일 오전 5시30분 기준 3만4040명이 동의했다. 

'인간만 즐거운 동물 학대' vs '진돗개 우수성 알리는 취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견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소형견 2마리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유기견 센터에 봉사를 다녀올 정도로 동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최근 전남 진도군이 운영하는 '진도개테마파크'에 대해 알게 된 후 지인들과의 단톡방에 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마당짬밥개'(마당에 묶여 잔반을 먹으며 사는 개)로 평생 살다가 죽는 진돗개들이 너무 많다. 국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이 개들이 처한 상황부터 개선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전남 진도군은 지난 3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도개테마파크가 '동물 학대'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게재했다. /사진=진도군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이 일자 진도군은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동물 학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진도군은 "(진도개테마파크는) 진도개 견주와 반려견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장소이자 군민과 관광객에게 진도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개가 썰매를 끄는 것이냐'는 의혹을 샀던 '진돌이 썰매장'은 "진도개가 썰매를 끄는 것이 아닌 방문객이 고무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일반 썰매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군에서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토종견인 진도개의 우수성을 알리고 올바른 애견문화 정착과 인식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줄에 묶여 사는 '마당짬밥개'… 가장 불행한 견종, 인식 개선 나서야 

하지만 이 같은 진도군의 해명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 성명문에는 "왜 썰매장만 해명하나.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진도개가 굳이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등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진돗개 견주들은 국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개를 이용한 행사가 아닌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사진은 진도개테마파크 경주장에서 입마개를 쓴 채로 경주를 벌이고 있는 진도개들. /사진=진도군 홈페이지

진도개테마파크에선 진도개들이 그림그리기, 경주 등의 이벤트를 여는데 이 훈련 과정 자체가 학대일 뿐만 아니라 다른 진돗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고착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연 중 앞다리를 든 채로 대기하거나 짧은 목줄을 한 채로 각종 묘기를 선보이는 것,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반복 훈련은 개에게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려견으로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에 입마개를 씌우고 경주를 시키는 '경주장' 프로그램에 특히 반발한다. 개들은 입을 벌리고 체온 조절을 하는데 경주견이 아닌 개들에 입마개를 씌우고 달리게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을 준다는 것.  


이들은 진돗개에 대한 편견이 강화되는 것도 우려한다. 진돗개는 입마개 의무 착용 견종이 아님에도 진도군이 입마개를 쓰고 달리는 개들의 모습을 홍보 포스터에 담는 등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진돗개 견주들은 일상 속에서 진돗개가 '공격적이다', '쉽게 문다'는 편견과 싸우고 있는데 진돗개 의식 개선에 힘쓴다는 지자체가 오히려 고정관념을 재생산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강릉에서 진돗개를 키우는 B씨는 "진도는 맹견이 아니다. 그런데 산책을 다닐 때 왜 입마개를 하지 않았느냐며 말싸움을 걸어오거나 불편한 눈빛을 던지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한다. 그는 "이런 불합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진돗개 보호자들이 더욱 노력하고 있다. 진도군이 정말 진돗개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진돗개와 진도믹스견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사설 동물보호소에 가장 많이 분포된 견종 중 두번째가 진도 믹스였다. 사진은 지난해 5월 경기도 포천시 유기동물보호소 애린원에서 보호되고 있는 유기견의 모습. /사진=뉴스1
실제로 진돗개와 진도믹스견들이 다른 견종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사설 동물보호소 실태조사 및 관리 방안 마련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사설 동물보호소에 분포된 견종 중 2위가 진도 믹스(18%)였다. 1위가 믹스견(28%)인 점을 감안하면 품종 기준으로 진도 믹스가 가장 안좋은 환경에서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오락물로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며 "훈련을 위해서는 지속적·반복적으로 불필요한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데 진돗개는 많은 사람들과 놀이를 하고 오락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성격을 가진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에게 필요한 훈련은 기획된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서 하는 반복적 훈련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화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이런 행사를 유지한 채로 특정 프로그램을 보완, 수정해서 개선하기는 어렵다. 전시든, 공연이든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특정한 목적을 갖고 하는 행사들은 원칙적으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견 진돗개를 보존하고 우수성을 홍보하는 일은 의미가 있지만 진돗개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홍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도군 테마파크팀 관계자는 "논란을 고려해 가장 문제가 됐던 방사장 내 진도개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한 상태"라며 "성견과 강아지 방사장은 분리돼 있으며 방사장 안에 들어가서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등의 체험은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