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보험설계사 노조 한화생명지회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설계사 노조는 한화생명의 제조 및 판매채널 분리(제판분리) 반대에 나선데 이어 이번엔 수수료 삭감 철회, 단체교섭 참여 등 요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시위로 기업에 부담을 주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한편 ‘세 불리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설계사로 구성된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전날(15일) 서울 영등포구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수수료 삭감 철회, 단체교섭 참여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특히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한화생명 주주총회가 열리는 이날 집회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설계사 노조 측은 ‘한화생명 측이 판매자회사 설립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삭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일부 상품에 대한 20%포인트 삭감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수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험료에 대한 수수료 환산율을 회사 측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지난 3년간 하락한 환산 월초 자료 제시와 하락한 환산에 대해 소급 적용해 수수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 인정과 단체협상을 요구했다. 지회 측은 “다음달 1일 분리되는 한화금융서비스 관련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더 이상 시간을 지연하지 말고 협상 자리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화생명 판매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직할 경우 보험계약 이관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올해 4월 설립되는 한화생명 판매자회사는 한화생명의 설계사 영업조직을 그대로 떼어내는 물적분할로 진행된다.
설계사 노조가 원하는 것은 과연?
설계사 노조가 이처럼 장기 시위를 이어가자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설계사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에도 장기 시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시위로 기업에 부담을 주고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설계사노조와 조합원(설계사)이 체결한 약정서가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내용을 보면 ▲모든 교섭권은 설계사노조에 있음 ▲조합원은 설계사노조 의결 없이 협상을 포기할 수 없음 ▲합의금 등 금전을 받으면 일부를 조합원에 후원함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설계사노조가 한화생명 제판분리 반대 시위를 하는 것도 비슷한 목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화생명과 교섭이 잘 되지 않아 위로금을 받지 못해도 설계사노조에 나쁠 건 없다. 노조원으로 가입하면, 월 2만원의 회비를 내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설계사 약 2만명 중 5%인 1000명만 가입해도 2000만원의 회비를 걷을 수 있다. 설계사노조의 지난해 수입은 월평균 약 120만원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으로 개인사업자다. 소속이 바뀌더라도 고용형태 변화는 없다. 이에 보험사가 개인설계사에게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제판분리를 추진하는 한화생명처럼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면서 소속이 변경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삼성생명·화재,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등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면서 일부 설계사의 소속을 변경했다. 당시 위로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생명에 앞서 제판분리를 진행한 미래에셋생명도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소속이 변경된 설계사에게 금전을 지급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노조가 한화생명에 전략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2위로 설계사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위로금을 받지는 못해도 대규모 조합원을 모집, 위세를 키울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노조는 조합원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동시에 위로금까지 수령할 가능성이 있어 한화생명에 전략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