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윤수희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불기소 처분 결정에 대해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지난 1월28일 장관에 취임한 지 49일 만이다.
대검 부장희의를 열고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는 수사지휘 내용이 발표된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직접 기소하라는 지휘를 하면 문제 될 것 같으니 대검 부장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17일 오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한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지난 2011년 2월21일과 같은해 3월23일 열린 한 전 총리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박 장관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대검 감찰정책연구관)로부터 사안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라고 지휘했다.
또 회의 심의결과를 토대로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의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사건 처리과정의 공정성 및 결론의 적정성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 부장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결정"이라는 반응부터 "형사 사건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꼴"이라는 비판까지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부장급 A검사는 "대검 연구관 6명이 전부 다 아니라고 한 사안을 놓고 직접 기소하라고 지휘하기엔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대검 부장들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쇼는 쇼대로 하고 자기는 뒤에 숨은 꼴"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부장들 중 몇명이 굉장히 정치적으로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건 너무 속보이고 창피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른 부장급 B검사는 "기소 명령을 내리기에는 위법소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 부장들을 통해 기소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며 "결국 기소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부장회의에서 (기소) 결론을 내고 총장대행이 직접 기소하라고 잔머리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이미 무혐의로 불기소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다시 기소여부를 따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당장 대검 부장회의를 열지 말지도 총장 대행이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급 C검사는 "겉으로 보기엔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취지처럼 보이지만 대검 부장들은 검찰 내에서 가장 불공정하게 보이는 사람들"이라며 "민주당 원내회의에서 결정하라는 것도 아니고 법이 완전히 정치적 무기화가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임은정 검사 외에는 부부장급 연구관들이 (무혐의로) 의견이 전원일치했다. 이 정도 만장일치는 통상적인 기소에 있어서도 힘든 케이스"라며 "객관적으로 명확히 입증되는 형사 사건을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6일로 만료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무부에서 주장하는 2011년 3월23일자 증언은 사실 위증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는데, 임은정 검사나 법무부가 법리를 잘못 적용해 22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이에 만약 대검 부장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대검 부장들이 기소로 의견을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A검사는 "지금 법무부에선 포괄일제를 얘기하면서 공소시효가 22일까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리적으로는 턱도 없는 주장"이라며 "대검 부장들도 나중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사건에 대해 쉽게 기소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검찰국장은 이날 브리핑이 끝난 뒤 질의응답 과정에서 "장관의 취지는 기소를 하라거나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는 취지다"라며 "대검 부장 회의를 통해 잘 결정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검 부장들 관련) 자기 영역에서 다 최선을 다한 분들이다. 어느 사건에 대한 일정한 가치관과 시각이 다를 수 있지만, 7분 모두가 가치중립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모든 법무부 실국 간부들의 회의를 열었는데 이견이 없이 의견이 일치했다"며 "그래서 직접 브리핑을 하지 않고 실국장이 했다. 장관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고 법무부 내의 의견이 일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검 부장회의와 관련해선 "검찰국장의 브리핑으로 갈음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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