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의 불기소 처분에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지난 1월28일 장관에 취임한 지 49일 만이자,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를 5일 남긴 시점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처럼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등의 '극단적' 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대검 부장들이 대부분 추 전 장관 시절 임명돼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이는데다 절차를 문제삼아 '기소'를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재소자 김모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 김모씨는 지난 2011년 2월21일과 같은해 3월23일 열린 한 전 총리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인물로, 김씨가 3월23일 증언한 내용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22일까지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대검 감찰정책연구관)로부터 사안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친 후 회의 심의결과를 토대로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의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공정성 및 결론의 적정성을 기해달라고도 주문했다.

또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2011년 3월23일자 증언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과 논의 결과를 토대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2월21일 재판의 증언내용까지 포괄일죄 법리가 성립하는지 심의하라고 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 수사지휘권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박 장관은 직접 '기소하라'고 지휘를 내리진 않고 '다시 판단하라'고 표현했다. 이날 브리핑을 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도 "기소를 하라 마라는 취지가 아니다. 장관이 직접 기소하라고 지시하면 검찰의 자율성과 중립성이 저해되니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사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검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내린 무혐의 결론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뒤집은 모양새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박 장관의 심증이 '기소'로 기운 상태에서 내린 수사지휘는 결국 '기소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자 '답정너(답은 정해놓고 너는 선택만 해)'식 지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정수 국장은 "대검과 법무부의 시각 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느낀 법무부에 비해 대검에선 재소자 의혹 제기를 모두 다 감찰하는 게 무리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어 "증거가 된다 안 된다는 평가가 다르지만 공정하게 보이는게 중요하다"면서 "저는 가능하면 더 세게, 엄정하게 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특히 박 장관이 해당 사건에 대해 다시 판단할 의사결정 협의체로 '대검 부장회의'를 직접 지목했다는 데 논란이 크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대검 부장은 총 6명인데, 이 중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은 대표적인 친(親) 정부 인사로 꼽힌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문수사자문단 같이 보다 객관적인 형식을 취했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지적에 이정수 국장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전문수사자문단에 대해 감찰부 내에서도 찬반이 있었다. 장관으로서 현존하는 가장 권위있고 의미있는 협의체로 대검 부장회의를 생각한 것"이라 했다. 또 "검사장급과 일반 평검사급 부장급에선 경륜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대검 부장들의 성향이 어떻다 판단하겠지만 저희는 부장들의 식견이 가치중립적이라 봤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검 부장회의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와도 박 장관이 수용할 용의가 있으며, 대검 부장회의의 '기소' 결론을 조남관 총장 대행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받아들일 것이라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 처리에 대해 정치권을 눈치를 보면서도 기소를 하면 위험 부담이 크니 대검 부장들에 떠 넘긴 것이란 비아냥이 나온다. 이미 총장이 무혐의 처분한 사안을 장관이 기소하면 위법 여지가 있어 총장 대행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형사사건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된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한 전 총리 사건을 부각시켜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한편, 현재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 등으로 커진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한 전 총리 사건으로 돌리는 데 이용하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전형적인 노회한 정치인의 비겁한 결정"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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