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임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향후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해 핵·미사일 개발 문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권 유린 문제 또한 정면으로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17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서다.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 일삼고 있다"며 "우린 기본권과 자유를 지켜야 한다. 아울러 이를 억압하는 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과 비핵화 관련 협상이 진행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까지만 해도 내심 북한 내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걸 꺼려 왔다. 자칫 북한과의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한 사실을 자신이 추진했던 대북외교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자랑해왔던 상황. 실제 북한은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과 같은 해 11월 '화성-15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한 것을 끝으로 관련 실험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 간의 첫 번째 정상회담 이후 유엔 등 국제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일례로 2019년 12월 당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국이었던 미국은 매년 열리던 '북한 인권 회의' 대신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현황 등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회의를 열었고, 이에 국내외로부터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눈을 감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올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땐 회원국들을 향해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협조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때 관련 연설에 나섰던 것도 바로 블링컨 장관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현재 미 정부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시리아 등의 인권문제까지도 함께 거론하며 이를 국제사회,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점만 의식하다보면 결과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 일본 측이 '납치문제', 즉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집어넣은 것도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기류와도 관련이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온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쯤 그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의 북한 인권 발언은 중국, 미얀마와 함께 민주주의 침해 사례로 들며 민주주의를 위해 동맹국들이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서 나왔다. 이는 반중전선에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동참을 언급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향해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면서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는 등 남중국해 지역에서 영토 주장을 하며 침해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블링컨 장관, 그리고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저마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역내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내 세력 확장을 "공동의 위협" "전례 없는 도전과제"로 지칭하기도 했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강조하는 소위 '동맹 재활성화' 기조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이 자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으로서 여기엔 현재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우회 압박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동맹은 상호 신뢰와 공통된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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