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2021.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시발점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에 관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행정처가 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후임 대법원장에 부담 줄 수 없다"고 지시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겨냥한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가 본격 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선고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3월부터 대법원 정책과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우려되는 국제인권법 연구회 소속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대응방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같은해 5월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도 고려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도 작성됐다. 당시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사문화 된 상태였다.


만약 대법원이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하면서 가장 먼저 가입했던 연구회를 빼고 탈퇴 조치를 한다고 하면 신생 연구회였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원수가 급감하는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이었다.

2016년 10월 '인사모'가 법관 인사에 관한 인사모의 연구 결과 발표를 추진하자 법원행정처가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조직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을 우려한 법원행정처는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결국 인사모는 예정대로 2017년 3월에 학술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경과를 접한 임 전 차장은 2017년 1월 실장회의에서 화난 듯한 어조로 "말려도 듣지도 않고, 이 문제는 더 손대지 맙시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인사모의 공동학술대회에 행정처가 더이상 개입하지 않기로 임 전 차장 선에서 결정이 난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은 양 전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문제는 내 임기 중에 정리 하겠다. 후임 대법원장에게 부담을 주면 안된다"라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같은 취지의 말을 임 전 차장에게도 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박모 기획조정실 심의관에게 "기존에 나온 모든 방안을 정리하고 실행하는 것을 전제로 로드맵까지 첨부해 최대한 빨리 시기별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지시로 기존에 국제인권법 연구회 할동 축소를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그쳤던 법원행정처가 실행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그리고 임 전 차장은 같은달 26일 실장회의에서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2월 이 같은 결정을 보고받은 고영한 전 처장은 시행을 망설였으나, 임 전 차장이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에 이 전 실장이 도의하면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는 전산정보관리국장 명의로 같은달 13일 시행됐다.

결국 임 전 차장이 인사모의 학술대회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본인 임기 내에 국제인권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단호한 지시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고 1심 재판부는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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