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호가 예인 노력에 반응해 선체가 부양하기 시작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일본 조선사가 건조한 컨테이너선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돼 멈췄다가 6일 만에 선체 일부 부양에 성공했다.
지난 23일 대만 선사 에버그린(Evergreen)의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기븐'(Ever Given)은 수에즈 운하 중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채 좌초됐다. 좌초된 선박은 2만2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길이 400m, 넓이 60m에 달한다.

이 선박은 일본 조선업계 1위인 이마바리 조선소(Imabari Shipbuilding)가 건조, 2018년 인도됐다. 소유주는 일본 쇼에이기센(Shoei Kisen)이고 대만 에버그린이 용선해 파나마 선적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29일 AFP 통신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에버기븐호 선체가 예인 노력에 반응해 부양하기 시작했다"며 "제방과 4m 거리에 있던 선미가 이제는 제방에서 102m 떨어졌다. 이에 따라 배의 방향도 80%가량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위가 다시 올라가는 11시30분(한국시각 29일 오후 6시30분) 배를 완전히 정상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오사마 라비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강풍이나 기상 요인이 선박 좌초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라며 "기술적·인적 과실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 후 국내 조선사로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박 대형화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의 잦은 고장과 LNG선이 3년 만에 폐선하면서 중국으로 넘어간 발주 물량이 국내로 돌아왔다"며 "이번 사고로 일본 건조 선박 역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몸값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플라비오 마카우 에디스코완대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컨테이너선의 규모가 파나마 운하에 비해 너무 커졌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이 경쟁적으로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에버기븐보다 큰 2만3000TEU급이다. 에버그린 역시 2019년 삼성중공업에 2만3000TEU급 6척을 발주했다.

좌초된 선박의 일부가 부양하는 데 성공했지만 수에즈 운하가 언제 다시 개통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수에즈 운하는 하루 평균 50척의 배만 지날 수 있는데 현재 근처에 대기 중인 선박이 45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국적선사 HMM을 포함해 세계 주요 해운사들은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의 우회 노선 활용을 결정했다. 남아공의 희망봉을 경유하면 노선 거리가 6000마일(약 9650㎞) 늘어난다.

HMM이 유럽 노선에 투입한 선박은 2만4000TEU 12척, 1만6000TEU 2척이다. 이 배들은 매주 1척씩 출발해 12주간 순차적으로 움직이고 수에즈 운하에는 상·하행 1척씩 매주 2척이 통과한다. HMM 컨테이너선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일주일 정도 더 소요된다. 수에즈 운항 통항료가 비싼 만큼 늘어나는 운송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게 HMM 측 설명이다.

HMM 관계자는 "선박의 종류·속도·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HMM 컨테이너선으로는 희망봉 우회 시 일주일 정도 더 소요된다"며 "2만4000TEU급 4척에 대해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기로 했고 운하 정상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주일 후 1~2척에 대해서 우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