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에선 판매직원의 상세한 설명과 엄격해진 투자자의 성향 평가 등으로 판매자와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개선책을 내놨지만 판매사와 소비자 모두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소법상 금융상품 권유·계약과 관련한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금융상품 권유·계약 시 알아야 할 중요사항은 9가지다.
금소법 혼란, 뒤늦은 체크리스트 배포
먼저 판매사는 상품 권유 전 고객이 일반금융소비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금소법상 일부 규정(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청약철회권, 소액분쟁조정 이탈금지)은 일반금융소비자에 한해 적용되며, 금융상품 유형에 따라 일반금융소비자가 달라진다.예컨대 예금성상품에서 성인은 일반금융소비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가입 시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계약서류로서 설명서는 제공해야 하며, 약관법에 따른 약관설명의무는 이행해야 한다.
다만 고객이 원해도 부적합한 상품은 권유할 수 없다. 권유 과정에서 부적합한 상품의 목록을 제공한 후 '불원확인서', '부적합확인서'를 받고 판매하던 관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설명의무는 신규 계약 권유 시 또는 고객 요청 시 실시한다. 대출기한 연장, 실손의료보험 갱신, 신용카드 기한연장 등 신규 계약이 아닌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설명의무에 대한 기준도 완화됐다. 판매자는 설명의무에 따라 설명서 내용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하며,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반드시 설명서를 구두로 읽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 설명서 내용 중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항목은 제외할 수 있다.
이밖에 계약서류를 반드시 종이로 출력해서 제공할 필요는 없다. 계약서는 계약의 성립을 증명하는 문서로서 그 형식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서면, 우편(전자메일 포함), 문자메시지 등 전자적 의사표시(위·변조 불가)로 제공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서를 반드시 구두로 읽어야 할 필요는 없고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다"며 "계약서도 종이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과도한 규제에… 은행 대출서비스 중단
금융당국이 금소법을 안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혼선을 겪는 모양새다. 시중은행은 일부 상품 판매와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KB국민은행은 지난 25일부터 별도 안내시까지 'KB 리브 간편대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지했다. 신한은행은 개인 인터넷뱅킹 상품인 '신한 마이카(MY CAR) 대출'을 비롯해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 등 일부 대출 업무 신청이 일시 중단됐다. 중단 기간은 다음달 4일까지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과 웹에서 비대면으로 판매되는 '하나(HANA)온라인 사장님 신용대출', '플러스 모바일 보증부 대출' 등 2개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 상품은 모두 약정서 교부가 의무화됐다. 그동안 약관이나 상품설명서를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금소법 시행 이후에는 고객이 직접 수령해야 한다. 때문에 대출을 실행한 고객의 메일 등으로 바로 약정서를 보내는 시스템만 갖춰지면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결정 후 1년 동안 금융권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만 기다렸는데 질의를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다"며 "금소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을 우려해 일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영업활동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적응 기간 등을 고려해 유예 기간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현장에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체 시스템에 반영할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일부 규정은 최대 6개월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소법의 원활한 시행과 조기정착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금소법 시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현장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각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