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불완전판매 등 과거의 나쁜 관행으로 돌아갈 순 없다. 불편하지만 ‘과거로 가자’는 건 안 된다.”
3월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을 놓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설익은 금소법 시행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소법은 2011년 국회에 처음 발의됐으나 입법화가 번번이 좌절됐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자 결국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금소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인 만큼 금융사의 판매 행위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의 권리 강화를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 원칙(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부당권유행위·허위과장광고 금지)을 전 금융 상품으로 확대 적용했다.
금소법에 따라 관계 법령을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 5년 이하의 징역과 2억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형사적 제재도 가능해졌다. 소비자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를 법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현장 곳곳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증권사는 금소법 시행이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권리가 강화된다는 점에선 공감하지만 서비스 불편 초래와 함께 금융혁신이 퇴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몇 금융회사는 ‘금소법 위반 1호’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 상품 판매와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금소법의 세부 규칙이 없어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금소법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임에도 소비자마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10만원짜리 적금을 드는데 은행원이 빼곡히 적힌 설명서를 다 읽어주면서 30분이 넘게 걸렸다는 고객도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수습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3월29일 은행 직원이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서를 하나하나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급하게 내놨다. 그러면서 새 제도가 현장에 조속한 시일 내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업권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산시스템 구축 등 필요한 조치를 속도감 있게 처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한 모습은 사실 낯설지 않다. 지난 펀드 사태 당시에도 판매사와 금융당국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남 탓 공방’을 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않은 채 책임 미루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갔다.
은 위원장의 말처럼 ‘이제 와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만 금소법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사모펀드 사태 때처럼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고 허점 없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은 위원장의 말처럼 ‘이제 와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만 금소법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사모펀드 사태 때처럼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고 허점 없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