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적', '듣기 시간'©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 자본주의의 적/ 정지아 지음/ 창비/ 1만4000원
세태의 변화를 정확하게 포착한 작품을 써 온 중견작가 정지아가 8년 만에 낸 새 소설집이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와 K-픽션 시리즈로 번역돼 해외에 소개된 '검은 방'을 포함해 총 9개 작품을 묶었다.


이중 '검은 방'과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남로당이었던 부모의 삶을 소설로 쓴 '빨치산의 딸'(1990년)과 이어진 작품이다.

'검은 방'에는 '빨치산의 딸'의 모델이었던 아흔아홉살 노모가 등장한다. 한 남자를 향한 사랑 때문에 빨치산이 된 그녀는 이제 딸에게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는 사랑의 연대기를 보여준다.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에도 노모와 작가가 나온다. '지리산 은둔자'인 화자의 집에 기자가 텃밭을 취재하러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그간의 작품과는 조금 다르게, 가볍게 접근한 작품도 있다. 기억상실에 빠졌다가 카페에서 갑자기 정신을 차린 한 남자('존재의 증명'), 고급 외제 승용차 뒷좌석 노인의 '분홍빛 발바닥'을 보고 '풋케어'에 빠진 경비원('계급의 탄생')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자기확신에 가득 찬 인간유형의 부상과 새로운 신분제 사회로의 진입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정지아 소설의 앞으로의 진폭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고 적었다.

◇ 듣기 시간/ 김숨 지음/ 문학실험실/ 1만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소재로 한 중견 작가 김숨의 중편소설이다.

작가는 2016년 장편소설 '한 명'을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과 역사를 글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역사소설 '흐르는 편지'와 인터뷰 소설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를 펴냈다.

이번 소설에서 화자인 '나'는 본명을 밝히기를 거부한 위안부 피해자를 인터뷰한다. 녹음테이프는 돌아가지만 여성은 말하지 않는다. "데리고 갔어", "그래서 몸이 없지" 같은 몇 개 단어와 단문만 테이프에 담길 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피해자의 표정, 몸짓, 한숨, 눈빛, 얼굴빛, 시선, 눈동자의 떨림, 망설임, 눈물 등 '발화되지 못한 말'도 문자로 남겼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결코 녹취록에는 담길 수 없는 침묵들이 말이 되는 자리, 그러나 결코 완전하게는 재현될 수 없는 고통의 자리"라며 이 인터뷰의 윤리는 '듣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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