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 언맨드/ 채기성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1만4000원
인간의 동반자로, 일상을 함께 하게 된 로봇이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를 꿈꾸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때는 고도화된 어시스턴트 로봇들이 인간의 모든 필요를 대체하게 된 근미래. 주인을 대신해 집을 돌보고, 화가의 조수로 일하며 그림도 대신 그리는 로봇들은 어느 날 인간과 네트워크의 통제를 벗어나 이탈하기 시작한다.
로봇들은 메모리 트랜스퍼를 이용해 인간의 기억을 이식받기에 이르고 인간은 이탈한 로봇들을 진압하기 위해 공격 성향이 강한 신형 로봇들을 투입한다.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데뷔한 채기성의 작품으로 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당시 "인간'의' 무엇으로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존재로서 로봇을 탐구했다"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인 시대에 인간 존재는 무엇일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펼쳐 나가는 데 거침이 없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 인간만세/ 오한기 지음/ 작가정신 펴냄/ 1만3000원
새로운 형식의 소설로 주목받아온 오한기 작가의 신작으로, 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 타이틀 수호를 위해 벌어지는 도서관 활극을 펼쳐 놓았다.
주인공인 '나'는 답십리 도서관 상주 작가로, 임기를 마치기 전 제출해야 하는 소설을 구상 중이다. 그런데 일련의 사건들이 도서관 내에서 벌어지며 상주 작가로서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문학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작가의 화를 돋우는 교수, 무선마이크를 잃어버렸다고 잔소리를 퍼붓는 도서관 관장, 마이크를 훔쳐 달아난 초등학생이 외치는 "똥" 소리, 여기에 '상주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라는 자가 보낸 '문학적으로 작가님을 살해하겠습니다'라는 협박 메일까지.
정연한 논리나 인과관계가 무너진 서사 속에서, 과장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인물들이 벌이는 비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사건은 도리어 부조리한 세계를 또렷이 비추는 역할을 한다.
◇ 보통맛/ 최유안 지음/ 민음사 펴냄/ 1만3000원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최유안의 첫 소설집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8편의 이야기로 풀었다.
1부에서는 난민과 불법 촬영물 문제 등 묵직한 이슈를 끌어들이고, 2부에서는 일상 속 타인과의 관계를 다뤘다. 3부는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짓는 남자를 그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작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를 계속하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오해하고 갈등하며 고민하는 그 시간이야말로 바로 타인과 함께 살 공동의 집을 구성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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