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저금리 악재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호실적을 이끈 것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 1분기 나란히 1조원대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74.1% 늘어난 1조2701억원, 신한금융은 27.8% 증가한 1조191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도 순이익 67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9.6% 증가해 지주사 전환 이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은 27% 늘어난 834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분기 최대 실적은 아니었다. NH농협금융의 순이익은 6044억원을 기록해 78.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비은행부문과 예대마진 증가가 이끈 호실적
지주사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간 건 비은행 부문에서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빚투·영끌 열풍으로 은행 부문 이자이익을 크게 끌어올려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비은행부문 순익은 각각 6519억원, 62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13.6%, 83.8%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캐피털사 편입 효과 등으로 분기 최초로 비은행부문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39.9%로 전년 동기 대비 14.1%포인트 올랐다.
각 지주사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이 늘면서 역대급 실적을 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분기 순이익은 총 2조9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어났다.
예금 금리는 하락하는 반면 대출 금리는 상승하면서 예대마진이 1.91%포인트를 기록하며 2017년 9월(1.93%포인트) 이후 3년여 만에 최대치로 벌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은행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빚투·영끌 열풍으로 짭짤한 이자수익을 올렸지만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는 가계대출 규모와 함께 금리상승에 따른 부실 우려가 있어서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올 4월 말 기준 1025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1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호실적을 빌미로 사회공헌기금 조성이나 자금 출연에 동참하라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명분으로 지난해 말부터 이익공유제가 언급돼 실적 개선에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라며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은행빚 탕감법에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사고 없고 병원 안 가니 보험사도 웃었다
보험사도 올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세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자동차와 병원 이용량이 줄어들며 손해율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생명보험사는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변액보증금 환입과 투자 이익 증가 혜택을 봤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총 당기순이익은 74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0.7% 증가했다.
주요 손보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는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면서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손해율 개선 효과가 예상을 상회한 점이 컸다. 올해 1분기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7%로 1년 전보다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삼성화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431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특별배당을 제외하고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해 일회성 수익 제외한 기준으로 과거 동기간 대비 최대규모의 이익을 달성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2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DB손해보험은 19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2% 증가했다.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 등 국내 3대 생명보험사도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올 들어 증시 호황과 장기 시장금리 상승 등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진 현상이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73% 증가한 1조3344억원, 매출액은 14.3% 증가한 10조74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06% 증가한 1942억원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했다. 매출액이 5조7818억원으로 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7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1분기 호실적은 배당 수익과 함께 증시 호황에 따른 변액 보증준비금 부담 완화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여전히 투자영업수익이 부진하고 계약유지율도 하락세여서 2분기 실적 개선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