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뉴스1) 정연주 기자 =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24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을 만나 북한이 국제무대를 통해 본격적인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볼로딘 의장은 특히 박 의장의 남북국회회담 주선 제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박 의장과 볼로딘 의장은 올해 하반기 대면 회담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기술 공동 개발 등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박 의장과 블로딘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모스크바 하원의사당에서 약 1시간 30분간 회담을 이어갔다.
비공개 단독 회담에서 박 의장은 "이틀 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 일치를 봤다"며 "(볼로딘) 의장님께서 남북관계에 관해 세 가지의 유념해주셨으면 하는 당부 말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Δ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 북한 초청 Δ동북아 방역 공동체에 북한 참여 Δ남북 국회회담의 주선 등을 제안하며 "볼로딘 의장께서 이 세 가지 문제에 북한의 참여를 설득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볼로딘 의장은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대화를 비롯한 외교수단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전히 취하고 있다"며 "말씀하신 남북 국회회담은 지지할만하다.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장은 "북한의 참여 문제는 한미간의 완전한 조율이 끝난 지금이 아주 적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북한에게 들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이해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은 국회의 비준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남북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이 꼭 필요하고, 남북국회회담이 긴요하다는 점을 납득시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볼로딘 의장은 "의회 차원에서 남북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감하며 지지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러시아 총선(9월) 이후 볼로딘 의장의 방한을 제안했고 볼로딘 의장은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의장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회는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볼로딘 의장은 "(푸틴) 대통령께서 한국 방문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뤄지면 러·한관계 발전에 큰 동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난 22일부터 러시아를 순방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회의장으로서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미국과 중국, 일본 중 박 의장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와 관련해 "한국이 세계적인 백산 생산기지이기 때문에 기술 공동개발과 백신 배급 문제에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공개 확대회담에서도 박 의장은 북한이 정치·비정치 영역 전반에 참여하도록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재차 당부했다.
또한 양국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위해 Δ서비스투자분야 FTA 타결 Δ 연해주 한국전용 산업단지 연내 기공에 이어 수소협력과 북극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에 볼로딘 의장은 공감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러시아 방문에서 연설까지 하셨는데, 이런 관심이 양국 의회 교류에 큰 기여를 했다"며 "양국 관계를 더 발전해야 하는 기초를 만드는데 문 대통령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정세균·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연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고위급 인사들과 교류하고 수많은 문제를 논의하고 수교도 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많은) 교류를 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코로나가 진정되는 대로 양국 교역 300억불 양국민 교류 100만명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앞서 모두발언에서부터 박 의장과 볼로딘 의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볼로딘 의장은 "현재 유럽 의원들이 다 자가격리를 한 상황에서 의장님께서 러시아에 와주신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라며 환영했고 박 의장은 "제가 의장 취임 후 4강 중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한·러관계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날 회담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거론하면서 "마스크를 벗고 할 수 있는 것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를 개발한 러시아와 방역의 모범을 보인 한국이 서로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회담 후 브리핑에서 박 의장은 "볼로딘 의장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고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한다"며 "코로나 대응에 관해서도 양국의 연대와 협력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러시아가 일관되게 지지해준 것을 감사드리고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대화에 응해야 할 때라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볼로딘 의장은 "한국에서는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나중에 다시 대면 회담을 할 때 새로운 기술 개발과 코로나 대응 정책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펜데믹 전에도 양국 정상들이 합의하신 상호교역 3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 측에선 러시아 순방단인 민주당 노웅래·김병기·강훈식, 국민의힘 류성걸, 국민의당 최연숙,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선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인 레오니드 에두아르도비치 슬루츠키와 하원 부의장인 러-한의원협력그룹 회장 이고리 알렉산드로비치 아난스키흐 등을 비롯해 러시아 하원 4개 정당(여당 통합러시아당+야당 3곳) 소속 대표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회담에 앞서 박 의장 등 러시아 순방단은 무명용사의 비를 찾아 헌화했다. 헌화에는 하원 부의장인 이고리 알렉산드로비치 아난스키흐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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