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유경선 기자 = "4·7 서울·부산시장 경선은 100% 시민경선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거에 이겼다. 전당대회 본경선도 민심을 더 반영하는 쪽으로 갔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리그를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경선 규칙이 "퇴행적으로 가고 있다"며 "당의 전향적 변화를 바라는 입장에서 아쉽다"고 작심 발언했다.
유 전 의원은 대선을 10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보수가 정말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당대표가 당선되려면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더 후퇴한 규칙"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희망22' 사무실을 열고 대선 행보를 이어 오고 있는 유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의 화두는 '경제성장'이라고 단언했다. 6월 중 캠프를 띄울 예정인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죄재형 감사원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정치는 인생을 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유 전 의원과의 문답.
-본격적인 대선 행보는 언제쯤 시작하나.
▶전당대회가 끝나고 바로 대선 레이스 시작이다. 6월에 캠프를 제대로 구성하려고 한다. 7월부터는 큰 비전과 정책을 하나씩 밝히면서 세부적인 공약을 다듬을 것이다. 7월12일부터는 대선 예비후보등록인데 가급적 빨리 등록할 것이다.
-대선 공약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포퓰리즘 공약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단단히 했다. 대통령이 꼭 해야 할 개혁과제만 공약하겠다. 고통스럽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공약도 들어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불과 30년 후에 적립금이 고갈될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미리미리 개혁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기본소득·기본주택 등을 언급하며 '퍼주기'를 공약한다. 거기에 가장 대비되는 공약으로 승부하겠다. 민주당 후보와 제일 대척점에 서게 될 것이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대통령'을 내세우지만 '공정과 정의'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시대정신은 경제다. 시대적 가치가 공정이라는 데 적극 찬성한다. 그런데 공정만으로 우리 국민이 다음 5년 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경제를 살려야 하고, 특히 성장이 중요하다. 그래서 저의 캐치프레이즈는 '공정한 성장'이다.
대한민국에 제일 중요한 과제는 저성장·저출산·양극화 3가지이고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 이를 고칠 수 있는 원천은 경제성장에서 나온다.
-경제성장은 어떻게 할 수 있나.
▶혁신성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을 말했지만, 인재를 기르지 않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지 못해 혁신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디지털 혁신인재 100만명 양성'을 하자는 것이 내 핵심 주장이다.
노사 간 대타협도 중요하다. IMF 위기 직후인 1998년에 노사 대타협이 있었고, 이후 23년째 없는 상황이다. 그사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심화됐다. 다음 대통령은 노사 사이에서 공정한 역할을 하면서 대타협을 이끌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악성 포퓰리즘이다. 어려운 분들에게 두배 세배 드릴 수 있는 돈을 모든 국민에 다 주는 건 반서민적이고 불공정하다. 이 비판에 대해 이제까지 이 지사의 답을 들은 적이 없다.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하겠다고 하는데, 따져보면 반서민적이고 불공정한 정책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지지율이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웃으면서) 오늘 선거를 안 하니 다행이지 않나. 지금 지지도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대선이 10개월 남았는데, 어떤 변화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정치선언조차 하지 않은 분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변동성이 굉장히 클 것이다.
아마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과정이 어려울 것이다. 단일후보만 된다면 저는 민주당에서 제일 두려워할 후보다. 지지율은 정도(正道)를 걸으면서 끌어올리겠다. 지지율은 금세 변할 수 있다.
-전당대회 본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서울·부산시장 경선은 100% 시민경선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거에 이겼다. 전당대회 본경선도 최소한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50%대 50%로, 민심을 더 반영하는 쪽으로 갔어야 한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70%대 30%는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당연히 당심도 중요하고, 당원들은 불만을 가지실 수 있다. 하지만 당원들이 투표권보다 훨씬 절실하게 원하시는 건 정권교체다.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 그래야 국민께서 우리 당을 더 쳐다보신다. 우물 안 개구리같은 리그를 해서는 안 된다.
-역선택 방지 조항 논의도 나왔는데.
▶지금까지 당대표를 뽑을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한번도 넣은 적이 없다. 안 하던 걸 이왕 하려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중도 확장을 이야기하는 건 민주당·정의당 지지자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의 투표권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건 퇴행적이다. 굉장히 답답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왜 과거보다 후퇴한 규칙으로 전당대회를 치르려는지 유감이다.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당의 전향적 변화를 바라는 입장에서 아주 아쉽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신예 돌풍'이 불고 있다.
▶특정인을 거명하기보다는 '보수가 진짜 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후보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됐으면 좋겠다. 어떤 여론조사를 보니 상위 5명 안에 김웅·김은혜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다 들어가 있더라. 변화의 희망이 싹튼다고 느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젠더 문제로 논쟁의 한가운데 서기도 했다.
▶양성평등한 사회로 가되 남자와 여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은 인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중권 전 교수와 이 전 최고위원의 논쟁은 자꾸 벌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유감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성 할당제를 없애자고 했는데 그럼 세상의 모든 할당제를 다 없애자는 것인가. 어느 정도 발전단계에 이르면 여성의 정계 진출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사회가 올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김동연 경제부총리·최재형 감사원장의 이름이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그분들이 정치를 결심한다면 환영이다.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데 좋은 분들이 많이 들어오실수록 좋다.
다만 정치를 한다는 건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거는 것이다. 나는 2000년 2월14일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나서 21년째 정치를 하고 있고, 이번 대선이 마지막 도전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하고 있다. 그분들은 아직 정치를 선언하지도 않았다.
그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은 정치는 선거에서 이길 것 같아서, 자리가 보여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인생을 거는 것이라 소명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왜 정치를 하려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정치는 거친 판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은 복당을 찬성하는데 '유승민계' 의원의 극히 일부가 반대한다. '이중 플레이'를 하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전 그분의 복당을 찬성한다. 야권 단일후보를 뽑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다 들어와야 한다. 홍 의원을 정치적으로 존경한다거나 해서 찬성하는 게 아니다.
'유승민의 계파'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건 그동안 내가 해온 정치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5년 내내 '친이'에 핍박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4년간 '친박'에 핍박받았다. 이 당에서 계파에 제일 많이 당했는데 내가 무슨 계파를 만들고, 일사불란하게 홍 의원 복당에 찬반을 정하겠나. 그것이야말로 낡은 정치다. 제발 그런 말씀은 그만하셨으면 좋겠다.
-'따뜻한 보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보수는 왜 맨날 자유만 이야기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공동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보수도 개인의 자유만 생각하지 말고 공동체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4년 전에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라는 말을 쓴 이유다. 저를 지지하든 하지 않든 따뜻한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는 분들이 특히 젊은층에 많다.
공동체가 깨지지 않게 지켜나가는 것도 보수의 책임이다.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 도움의 손길을 드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고(故) 이선호씨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같은 경우에도 보수가 과거와 다른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보수도 따뜻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