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를 비롯한 주요 광물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주말리뷰] 글로벌 원자재 가격에 날개가 돋았다. 산업계 전반에 원료로 사용되는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광물 가격이 연일 고공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지만 원자재 대다수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산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이슈다. 원재료 가격 인상은 제조 가격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고민이 커진 국내 산업계의 현실을 짚는 한편 자원빈국인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 현황도 함께 살펴봤다.

브레이크 없는 철광석·구리값… 산업계 ‘초긴장’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리튬·니켈·코발트 등 주요 광물값이 상향곡선을 그린 데 이어 철광석과 구리 등 제조업에 필수적인 자원마저 연일 브레이크 없는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상승은 경기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지나친 상승은 제조업체 원가 부담을 늘려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주요 광물 가격 줄줄이 상승세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코미스) 광물 가격 정보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리튬 가격은 지난해 연간 평균 1㎏당 37.3위안(약 6500원)에서 5월14일 기준 82위안(약 1만4400원)으로 133.2%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니켈 가격 역시 톤당 1만3789.31달러(약 1565만원)에서 1만7404달러(약 1976만원)로 26.2% 늘었다.
주요 광물가격 추이.
리튬과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리튬이온 이차전지’ 필수 원재료다. 배터리 원가의 40%인 양극재의 소재로 리튬과 니켈이 사용되기 때문에 이들 광물의 가격이 오를수록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물론 배터리업체는 통상적으로 소재 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고 이때 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수년에 걸쳐 원자재를 공급받기 때문에 현재 가격 인상이 제조원가에 곧바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계약 갱신 시점에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면 계약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만약 원가부담이 커지면 배터리 제조 원가가 높아지면서 전기차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소재 외에 철광석과 구리 가격도 올 들어 대폭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광석은 철강·조선·자동차·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에 두루 사용되기 때문에 ‘산업의 쌀’로 불린다. 구리 역시 다양한 제조 분야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원자재다. 특히 구리 가격 흐름은 경기 선행지표로도 활용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평균 1톤당 108.84달러(약 12만3500원)에서 지난 14일 226.46달러(약 25만6900원)으로 109.6% 폭등했다. 이 기간 구리 가격 역시 1톤당 6180.63달러(약 701만원)에서 1만212달러(1159만원)으로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의 원만한 상승은 경기회복의 신호이지만 급격한 상승은 수요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 철강사가 기초 철강재인 후판과 열연강판 등의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수요 업체 원가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올해 원자재 상승세 지속될 듯

현재 선박 제조에 사용되는 후판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1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후판가격이 톤당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자동차·가전의 기초소재로 쓰인 열연강판 유통가격 역시 1월 말 1톤당 78만원에서 현재 110만원대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은 철강 사용 비중이 높지 않지만 자동차는 완성차 가격에서 원자재 비중이 30%에 달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높다”며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론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리도 마찬가지다. 구리는 기존 산업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분야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철도와 전력망, 주택 건설 등 대다수의 인프라 구축에는 무론 전기차와 전기버스 등에도 기존 내연차 대비 2~6배 이상 많은 구리가 사용된다. 대기업은 원가와 제품가격을 연동해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업체는 연·월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힘들고 그에 따른 충격이 더욱 크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및 글로벌 경기회복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 약세 등으로 산업용 원자재 시장에 투기자금이 몰리고 있어 당분간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구리 가격 상승 흐름이 가장 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규연 한화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반등 국면에 생산과 투자가 확대되며 구리 수요가 늘어나는 통상적인 사이클과 함께 각국의 친환경 정책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다른 원자재 대비 구리의 가격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구리 정광 채굴량이 가장 많은 칠레와 페루에 코로나19 확산이 더 심해지고 있어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채굴 작업이 어려운 시점”이라며 “올해 구리는 공급 대비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며 초과 수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email protected]

아프리카 최대 철광석업체 쿰바 철광석 광산. /사진=로이터

외풍에 휘청이는 ‘자원빈국’… 탈출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락했던 원자재 가격이 최근 백신 보급과 주요국 경기회복에 힘입어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 철광석·구리·원유 등 핵심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각국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략 원재료 확보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정부와 국내 기업도 향후 자원 확보 경쟁을 대비해 소재 수급 다각화는 물론 적극적으로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률 ‘뒷걸음’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광석의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어난 1882만879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 금액은 69.5% 늘었다. 올 1분기 구리(동광)의 수입량은 37만368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줄었지만 수입 금액은 8.6% 증가했다. 니켈의 수입량은 45만9523톤으로 5.5% 감소한 반면 수입 금액은 21.2% 커졌다.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률.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자재 수요를 견인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수입량이 줄어도 들여오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21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비싸다.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은 146% 뛰었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5.26달러로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 4월22일의 13.52달러에 비해 5배 급등했다. 배터리 핵심원료인 탄산리튬도 2.2배 올랐다.

문제는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의 해외 자원개발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13.8%였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지난해 11.4%로 감소했다. 광물 자원개발률도 32.1%에서 28%로 뒷걸음쳤다. 자원개발률은 우리가 확보한 해외 유전과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양이 전체 수입량에서 얼마큼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일종의 ‘에너지 독립’ 지표다.

이 같은 상황은 자원공기업 정상화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탓이다. 한때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자원개발에 동반 진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0년 고유가 시기 에너지 공기업을 앞세워 생산광구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 광물공사는 삼성물산·LG상사·포스코·LS니꼬동제련 등과 리튬 개발과 구리사업에 나섰다.

그러다 유가 하락을 마주했고 이는 현재의 저조한 자원개발의 원인이 됐다. 투자 손실에 금융 비용이 더해지며 공기업의 손실은 무섭게 불어났다. 지난해 한국석유공사가 자산 규모(17조5040억원)를 넘는 부채(18조6449억원)를 떠안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이 졸지에 ‘재정 역적’으로 몰리면서 관련 사업과 예산은 대폭 축소됐다.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자 민간 기업 투자 역시 줄었다. 2019년 공공·민간부문을 합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액은 20억6100만달러로 관련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2011년 114억16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1년 2901억원이었던 해외 자원개발 융자지원 예산도 올해 3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오는 9월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되면 ‘해외 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은 폐지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민간 지원 역할만 할 뿐 사실상 자원개발 공동진출은 막힌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멕시코 볼레오와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등 추진해오던 사업도 접고 있다. 양동우 산업부 석탄광물산업과 팀장은 “자원개발 실패로 비난받아 예산 규모가 줄었고 석유공사는 재정적 문제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원이 줄어드니 민간기업도 자원개발 사업을 많이 접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공기업, 자원사냥 나서야

기업은 자원개발을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진입장벽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덩치가 있는 포스코만 자원 확보에 실적을 내고 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매장량이 확인된 염호 등을 활용해 2023년 6만8000톤, 2026년 13만톤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11년 전부터 염수와 광석에서 각각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온 것이 이제야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사업 융자지원 예산.
자원 공기업이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맡아 빚더미를 떠안은 만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원개발은 광물 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꾸준히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2040년까지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절반 이상을 석유·가스가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등 신사업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원자재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콩고 코발트 생산량의 약 40%를 벌써 장악했고 오세아니아에 있는 중국 소유의 금속 원료와 금 기업의 수는 2000년 0개에서 지난해 59개로 증가했다. 일본은 해외 자원 탐사 예산을 2016년 650만달러에서 지난해 1960만달러로 늘렸다.

해외자원개발협회 관계자는 “자원개발의 탐사 성공률은 30%에 그친다”며 “탐사에서 생산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장기 사업이어서 기업이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광구를 사들이면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수익률은 떨어진다”며 “정부는 과거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아 오랫동안 탐사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해 온 공기업을 앞세워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해외 원자재 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을 뿐 직접 자원개발에 나설 계획은 아직까진 없다”며 “원자재는 사이클을 타는데 가격이 낮아지면 사업성이 하락해 기업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려면 정부 예산으로 공기업 부채를 탕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현재 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가 자원공기업 부실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부담을 극복하고 업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금리 인하나 세제지원 확대 등 지원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가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