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법무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국적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국적법 개정안은 한국과 유대가 깊은 국내 외국인 영주권자의 자녀들이 간단한 신고로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6세 이하라면 신고만 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7세 이상 미성년 자녀라면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한 경우에 한해 신고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같은 영주권자의 자녀가 국내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면 성년이 된 후 귀화 허가를 받아야만 국적 취득이 가능했다.


입법예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30만명 이상이 동의했고 유튜브에는 국적법 개정안과 관련해 '한국 국적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라는 자극적인 썸네일을 단 영상이 올라와 15만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적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대상은 전체 영주권자 중 굉장히 적은 비율인 3900여명 정도에 불과하고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도 특별히 외국인을 우대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려워 비판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와 유대가 깊은 영주권자만 해당…3900여명 적용 대상


일부 유튜브 영상에서 마치 영주권자 자녀라면 누구에게나 한국 국적을 주는 것처럼 비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와 유대가 깊은' 외국인 영주권자의 자녀들만 법 적용 대상이라는 단서가 붙기 때문이다. 유대가 깊은 외국인 영주권자의 구체적인 범위는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일단 법무부가 2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비슷한 혈통을 지닌 재외동포라는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자를 추산해본 결과 약 3930명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는 영주권자의 국내출생 자녀 8459명 중 약 46%에 해당한다.

다만 2020년 기준 영주권자(F-5비자)가 16만947명 중 굉장히 극소수 영주권자의 자녀들만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적법 개정안 통과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책대상 3930명 중 3725명이 한국계 중국인으로 추산되면서 특정 국가 출신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법무부는 특정 국적을 염두에 두고 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송소영 법무부 국적과장은 "제도는 대상 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국가 정책적으로 어떤 대상자들이 국익에 도움 되고 사회통합에 용이할 것인가를 고려해 요건을 정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국적을 혜택와 연관 지어서는 안된다고도 말한다. 박정해 변호사는 지난 26일 개최된 국적법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해 "국적을 취득하면 국민으로서 권리만 갖는 게 아니라 의무도 부담한다"며 "외국인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번 개정안이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우리나라 내부 문제의식에서 나온 대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영주자격을 소지한 외국인의 국내출생자녀를 조기에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 대상자의 사회 통합 및 성공적인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한편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미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국적법 개정으로 저출산을 해결한다는 데 반감을 품은 국민들도 많다. 앞서 언급한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정부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지 외국인들에게 국적을 부여해 한국인으로 만든다는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 적용을 받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적을 택해 복지 혜택만 누리고 나중에 성년이 됐을 때는 중국 국적을 택해 병역 등 의무는 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런 비판에 김재천 한성화교협회 상임부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화교들에게 한국을 떠나서 살 자신이 있냐고 물었을 때 이미 한국 문화에 익숙해져 떠나기 어렵다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송소영 법무부 국적과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국적법 개정안 설명 브리핑을 갖고 있다./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 많아…국민인식조사에서 여론도 긍정
우리나라는 부모 국적에 따라 자녀의 국적을 결정하는 '혈통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데 이번 국적법 개정안이 이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법무부는 "혈통주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출생지주의를 일부 보완하려는 것으로, 혈통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국인의 비율도 높아지고 다문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더 포용적인 사회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계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 등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일부 영주자에게 출생지주의를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국적법에 출생지주의가 가미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만 특수한 경우가 아닌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프랑스는 Δ부모 중 한 명이 프랑스에서 출생하고 자녀도 프랑스에서 출생한 경우 그 자녀는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Δ프랑스에서 출생한 후 일정 기간 프랑스에서 거주한 경우 자동 또는 선언을 통해 국적을 취득한다.

독일 역시 부모 중 한 명이 8년이상 적법하게 체류하고 자녀가 독일에서 출생한 경우는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한다.

영국은 Δ부모 중 한 명이 시민권 또는 영주권자로서 자녀가 영국에서 출생한 미성년자는 등록을 통해 국적을 취득하고 Δ영국에서 출생하고 10세가 될 때까지 계속 거주한 경우 등록을 통해 국적 취득한다.

호주도 Δ부모 중 한 명이 영주권자로서 자녀가 호주에서 출생한 경우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Δ호주에서 출생한 후 10년간 체류한 경우 자동으로 국적을 취득한다.

아울러 지난 2019년 이민정책연구원에서 시행한 '국적 제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한국 국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들 중 대부분은 일부 영주권자에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출생지주의 사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당 조사를 확인해보면 '조미의 조부모님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화교다. 조미의 부모님과 조미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고 3대가 모두 계속해서 한국에서 살고 있다. 조미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찬성이 82.8%, 반대가 7.5%, 모르겠다가 9.7%로 나타났다.

'레오의 부모님은 한국계 러시아인(고려인) 동포로 한국에서 살면서 레오를 낳았다. 레오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찬성이 75.2%, 반대가 9.9%, 모르겠다가 14.90%로 집계됐다.

다만 송 국적과장은 최근 나오는 반대 의견들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도 수렴돼야 한다"며 "반대의견이나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받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오는 6월 7일까지 예정된 입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률개정안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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