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연구원이 유출한 파일이 산업기술보호법이 정한 산업기술은 아니더라도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씨에게 징역 2년 및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600만원 추징을 명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권씨가 경쟁사에 송부한 재료들에는 피해회사의 기술 등이 포함돼 있어 피해회사는 경쟁업체인 A사에 이를 무단 제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R 도판트 재료는 경쟁업체가 입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권씨가 R 도판트 재료를 송부한 이후 상대 회사는 복제품을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사실의 취지가 재료를 유출했다는 것인지 재료에 포함된 영업비밀 내지 주요 자산을 유출한 것인지 명확하지 못하다"며 "원심은 검사에게 석명권을 행사해 그 취지를 분명히 한 다음 심리·판단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권씨가 유출한 파일 중 일부가 피해회사가 보유한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것도 "산업기술보호법이 정한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상배임죄의 객체인 영업비밀 내지 영업상 주요 자산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해당 파일이 피해회사의 영업비밀 내지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채 파일들이 피해회사의 산업기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업무상배임 혐의를 무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재료 제조업체 B사의 연구소 책임연구원인 권씨는 중국 업체 A사로 이직해 사용하기 위해 B사의 영업비밀 파일을 빼낸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B사의 R 도판트 재료를 중국 업체 영업부장에게 보내고 B사의 설비와 인원을 이용해 재료 성능을 평가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권씨는 회사가 막대한 자원과 노력을 기울여 취득한 산업기술 자료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유출했다"며 "이는 피해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것일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600만원 추징을 명했다.
다만 권씨가 A사의 재료를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권씨가 넘긴 재료 그 자체가 업무상배임죄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료 성능을 평가하고 결과를 통보해준 것도 "회사에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재물 자체가 범행의 객체면 절도나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업무상배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재료를 보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경쟁회사의 재료 성능을 평가해 준 혐의를 유죄로 추가 인정해 징역 2년 및 벌금 3000만원으로 형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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