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이상철 기자 = 김태균(39)은 한화 이글스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면서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응원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된 노시환(21)에게는 당근이 아닌 채찍을 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태균은 29일 은퇴 경기를 치르고 영구결번식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번에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새겼던 은퇴사를 말하면서 북받치는 감정에 몇 차례 울컥하기도 했다. 특히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눈물을 꾹 참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김태균은 야구 해설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지만, 한화와 인연의 끈을 끊지 않았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야구를 바라봐야 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팀은 여전히 한화였다.
김태균은 재능 있는 후배들은 자신이 해내지 못한 우승의 꿈을 꼭 이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몸은 비록 밖에 있지만 마음은 한화와 함께 하고 있다"며 "한화 경기를 많이 봤는데 분명히 더 좋은 팀이 될 것 같다. 지금도 젊은 선수들이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후배들아, 형이 응원할게"라고 격려했다.
그렇지만 한화의 차세대 거포로 꼽히는 노시환에 대해선 화려한 미사여구를 쓰지 않고 냉철하게 평가했다. 김태균은 "물론 (노)시환이가 지난해보다 기량이 좋아졌으며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환이가 가진 능력에 비해 더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노시환은 큰 기대를 받고 2019년 신인 2차 1라운드 3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으나 첫 시즌을 타율 0.186 1홈런 13타점의 성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지난해 홈런 12개를 날리며 알에서 깨어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해는 한 단계 성장,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노시환은 29일 현재 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9홈런 41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866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부문에서는 공동 7위에 올라있다.
김태균은 후배들을 위해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며 은퇴했는데 노시환의 성장을 누구보다 바랐다. 은퇴 경기에서도 플레이볼 선언 직후 노시환과 교체, 깊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독수리군단 간판타자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때문에 노시환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떤 후배보다 더 각별하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훈수'였다.
김태균은 "노시환은 잠재력이 큰데 그 능력에 비해 지금 기록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3~4배를 더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따라서 지금은 좋은 평가를 해주기 이르다"며 "시환이가 앞으로 더 많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김태균의 등번호 5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는데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에 이어 4번째 사례다.
김태균은 다음 영구결번 후보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울 후배를 꼽았는데 에둘러 노시환을 가리켰다. 그는 "시환이가 내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아 훗날 나를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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