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상동역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한 한 장애인이 화재로 인해 분사된 이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한 지 3개월여 만에 공식으로 사과한 가운데 시민들이 나서 '포스트잇'으로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추모의 말을 전했다.
지난 18일 오후 3시쯤 부천시 상동역 역사 안 기둥에 붙여진 교통공사의 사과문에는 수십개의 포스트잇이 덧붙여져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지난 3월9일 역 장애인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진 고(故) 유승훈 음악감독을 추모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포스트잇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교통공사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3개월 후 사과문이 말이 되나요?'라고 지탄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또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거나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등의 바람을 포스트잇에 담기도 했다.
사과문에 처음으로 포스트잇을 붙인 이미쁨씨(25·여)는 "15일 사과문이 붙고 나서 많은 시민들이 이를 보곤 '이제야 사과를 하는 게 말이 되냐'는 반응을 보였다"라며 "마침 가방에 포스트잇이 있었는데 누구라도 이런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씨가 처음으로 포스트잇을 남기자 누군가 사과문 앞에 포스트잇과 펜을 가져다 놓았고 추모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포스트잇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하는 시민이 나 혼자 있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라며 "공감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이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유 감독의 사망은 지난 3월9일 오후 5시57분쯤 역 변전실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 됐다. 화재가 발생하자 역무원들은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양방향의 전동차 15대를 정차시키지 않고 통과시켰지만 유 감독이 화장실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유 감독은 화재가 발생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8시9분쯤에야 시민의 신고로 인해 발견됐다. 그가 발견된 장애인 화장실은 화재가 발생한 변전실에서 30m가량 떨어져 있었다. 유 감독이 사망하자 장애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화재 당시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교통공사는 지난 14일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공사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들을 검찰에 송치하자 이튿날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시했다. 유 감독이 생을 마감한 지 98일 만이다.
사과문에서 공사는 안전관리 부실로 유 감독이 이산화탄소에 노출돼 사망하게 됐음을 인정하면서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는 "이어질 검찰 조사에서도 성실히 임하고 법의 판단에 따라 책임자에게는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1~8호선 전 역사 장애인 화장실에 모션 감지센터 설치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과문이 붙은 기둥 앞에는 12개들이 초코파이 두 상자가 놓였다. 초코파이 상자 위에는 '고인이 평소에 즐겨 드시던 초코파이입니다. 치우지 마세요'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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