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국가와 부모를 골라서 태어나는 아이는 없는데도, 태어나자마자 죄인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체류자격이 없는 부모를 두었다는 이유로 국가의 돌봄에서 벗어난 이주 아동들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국내 2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으로 은유 작가가 이주아동 5명과 주변인 4명을 인터뷰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되는 사연은 다양하다.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로 태어났거나, 문제없이 살다가 아버지가 출국 후 돌아오지 못해 하루아침에 '불법 체류가'가 됐거나 난민 신청에 실패한 경우 등이다.
이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지만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서류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수학여행도 못 가고 공부를 잘해도 경진대회에 나갈 수 없다. 통장이 없어 계좌이체도 할 수 없고 '본인인증'이 안되니 코로나19에 QR 체크인도 어렵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3학년인 몽골 국적의 마리나는 "한국에서 유령으로 지내온 거나 마찬가지"라며 "살아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선생님도 한국 사람인 줄 알 정도로 영락없는 한국 고교생이지만 성인이된 이후에도 한국에 계속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2017년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다가 언론보도로 관심이 커지면서 법원의 추방 명령 취소 판결까지 받아낸 페버는 이렇게 묻는다.
"왜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이 질문을 한 사람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어요. 그럼 왜 당신은 한국에서 살고 계시나요? 똑같아요. 저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사는 거죠.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은유 지음/ 창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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