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지난해부터 강한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호황을 이뤘지만 올 하반기까지 유동성 장세에만 기댈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증권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소 부진했던 IB(투자은행) 부문을 회복해 견고한 실적을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세…증권사 하반기 실적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삼성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평균 2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보다 29.7% 줄어든 수준이다. 매 분기 최대 이익을 갈아치우던 증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줄어든 데는 거래대금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연초 치솟던 일 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오히려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앞서 1분기 증권사는 브로커리지(개인위탁매매)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4조5479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3조6520억원보다 8959억원(24.5%)이나 불었다.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1분기(2조9753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1조5726억원(52.9%)이나 늘어난 셈이다.
이 중 브로커리지와 관련된 수탁수수료는 2조521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 분기보다도 6689억원(36.1%)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상 증시에서 거래대금이 크면 클수록 증시가 활발하게 움직인 것으로 판단하는데 최근 개인투자자 거래대금이 줄면서 올 2분기는 브로커리지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는 점자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일 평균 증시 거래대금 규모는 ▲4월 483조6577억원 ▲5월 346조1201억원으로 28.44% 감소했다. 증시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 비중도 5월 41.74%로 나타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 또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4월 전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56억달러(약 29조원)로 전월 대비 39% 감소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는 하반기부터 어려워지고 2분기가 그 기점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추가 유동성 확대가 쉽지 않아 브로커리지 실적 개선이 어렵고 이미 2월 이후 나타나고 있는 금리 상승 기조로 인해 하반기 거래대금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위탁매매 수수료율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신용공여 잔고도 추가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4월 증권 주요 지표는 당초 예상보다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5월에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며 “개인매매 비중이 지난해 4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점에서 브로커리지 관련 모멘텀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IB 힘주는 증권사… 부동산 PF 회복이 관건
이처럼 거래대금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2분기 실적 호조가 IB 성과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운용)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 IB는 2019년 12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IB 부문 수익은 1분기보다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사 IPO(기업공개) 규모가 불어나고 부동산 PF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IB 부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바탕에는 IPO 시장의 호황이 깔려 있다.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에 많은 투자자가 몰리면서 지난해부터 계속됐던 공모주 열풍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월28일과 29일 이틀 동안 5개 증권사가 접수한 SKIET 공모주 청약 최종 증거금은 80조9017억원으로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운 역대 최대 기록(63조6198억원)을 갈아치웠다. 청약 경쟁률 288.17대1, 청약 474만4557건이 접수돼 두 부문 모두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증권사가 IPO 상장 주관을 맡으면 통상 공모금액의 0.8%를 수수료로 챙기고 공모 실적과 기여도에 따라 0.2% 정도의 추가 인센티브도 받는다. 공모금액이 커질수록 증권사가 받는 보수도 늘어나는 구조다. SKIET의 공모금액이 약 2조246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IPO에 참여한 증권사는 약 18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몸값 20조~30조원으로 평가받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IPO 대어도 상장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후에도 카카오페이·현대중공업·LG에너지솔루션 등 대어의 상장이 이어진다.
앞서 20년 만에 1000을 돌파하기도 한 코스닥을 고려할 때 올해 공모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부터 6월(8일 기준)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 상장한 기업은 총 21곳으로 1분기(32곳)보다 줄었지만 전체 공모금액은 같은 기간 2조7990억원에서 2조8239억원으로 0.9% 증가했다. 아직 2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 분기 공모금액 규모를 조기에 뛰어넘은 것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백신 접종과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IPO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모주 활성화는 대형 증권사의 기업 금융과 리테일 실적을 모두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PF에도 기대감이 실리는 분위기다. PF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각종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으로 대출자의 신용도나 담보와 관계없이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 이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가 조금씩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증권가에선 2분기 부동산 PF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형 IB는 국내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수익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투자도 백신 보급 속도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회복 기조에 접어들 것”이라고 봤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도 “IPO 시장이 지난해 이후 활황을 유지하면서 인수 수수료 수입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채무 보증 수수료와 기타 수수료 수입 등 PF 관련 수입도 증가세를 나타내는 만큼 증권사 IB 부문의 수익 창출력은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