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병원에서 2021년 6월 21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4주 뒤 2차 접종을 화이자의 백신으로 할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주사를 다시 맞는 것보다 면역 반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교차 접종의 다양한 조합 연구(Com-COV)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참가자 8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차와 2차 접종 시 4주의 간격을 뒀다.

연구 결과 어떤 조합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항하는 고농도의 항체가 생성됐지만, 항체 반응은 Δ화이자 백신만 2회 접종한 경우에서 가장 높았고, Δ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교차 접종 Δ아스트라제네카만 2회 접종 순이었다.


또 교차 접종 시 화이자를 먼저 맞고 아스트라제네카를 맞는 것보다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뒤 화이자를 맞는 경우에서 티세포 반응과 항체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백신 접종에 유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교차접종을 권고할 만큼 차이가 크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연구를 이끈 매튜 스네이프 옥스퍼드대 교수는 "교차접종에서도 항체와 티세포 반응이 잘 일어난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기본값은 그대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존슨앤드존슨(J&J),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뉴스1 자료 사진

현재 캐나다와 일부 유럽 국가들이 권고 중인 백신 교차 접종 연구는 AZ 백신의 혈전 논란에서 시작했다. 접종 초기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AZ 백신을 1회 맞았는데 유럽에서 혈전 발생 문제가 불거지자, 몇 주 뒤 예정한 2회 접종을 강행할지가 고민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혹시 2차 접종을 화이자 백신으로 맞아도 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교차 접종 연구는 놀라운 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AZ→화이자 접종, AZ 2차보다 30~40배 높은 효과

미국 과학진흥협회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가 6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18일 발표한 '교차접종 연구(Combivacs study)' 결과 AZ 1차 접종 후 2차로 화이자를 맞은 그룹(448명)이 AZ만 2회 맞은 대조군보다 30~40배 더 높은 면역 반응을 보인 것이다.

부작용도 거의 없었고, 두 번째 백신 접종 후 강력한 항체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 129명의 혈액 샘플(표본)을 검사한 결과 전체 샘플이 중화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권위 있는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 대학 병원의 라이프 에릭 샌더 교수 연구팀은 61명의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 10~12주 간격으로 두 가지 백신을 접종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3주 간격으로 화이자 백신만 두 번 맞은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의 스파이크 항체가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 부작용도 늘지 않았다.

게다가 교차접종을 한 그룹은 항체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티세포(T cells)가 화이자만 맞은 대조군보다 스파이크에 조금 더 잘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됐다.

◇"바이러스 벡터·mRNA 교차 접종, 더 강력"

AZ·존슨앤드존슨(J&J)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과 화이자·모더나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교차 접종하면 면역 체계가 병원균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샌더 교수는 "mRNA 백신은 항체 반응을 잘 유도하는 장점이 있고,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티세포 반응을 더 잘 촉발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J&J 백신 개발을 도운 댄 바로우치 하버드 의대 베스 이스라엘 데코네스 메디컬 센터 교수도 "두 가지 백신을 사용하는 것은 한 가지 백신만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차접종 관련 연구는 아직 더 진행돼야 하지만, 적어도 교차접종으로 인한 추가 부작용이 없고 예방효과가 비슷하기만 해도 이로 인한 정책 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의 크리스토발 벨다-이니에스타 연구원은 "교차 접종이 안전하교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된다면, 전 세계 수십억 명을 보호하려는 백신 접종 노력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가능성은 수많은 나라에 새로운 비전을 열어준다. 2차 접종 시기를 맞출 걱정 없이 새로운 백신을 즉각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병원 임상 약학 책임자인 휴고 반 반 데르 쿠이 교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교차 접종 연구는 백신 접근 불평등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 시노백과 시노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등 유럽 외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는 백신들도 포함해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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