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와 대형 배터리 제조사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솔리드파워의 배터리팩. /사진=로이터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와 대형 배터리 제조사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내재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오히려 양측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달라진 자동차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한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의 몸부림이라고 평가한다.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합종연횡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행보라고 본 것.
미래 전기차시장의 패권을 두고 기존 완성차업계 외에도 다양한 스타트업까지 도전장을 던지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자동차회사 입장에선 확실한 아군이 필요하다. 게다가 전기차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상황이어서 배터리회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절묘하게 맞물린 점이 이들의 협력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놓칠 수 없는 미래 전기차시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지난해 202만대로 전년 대비 34.7% 늘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3.7% 감소한 8091만대를 기록하는 동안 전기차는 엄청난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전망치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기차시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7조달러(7953조원) 이상 성장을 거듭해 2050년에는 연간 시장규모가 46조달러(5경2256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로 인한 리튬 이온 배터리 수요는 올해 연간 269GWh(약 350만대 수준)에서 2030년 3000만대 분량의 2.6TWh(테라와트시·1000GWh), 2035년 4.5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급속도로 확대되는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면 업계에서 완전히 도태될 우려가 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지만 누가 패권을 장악할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연기관차에선 후발주자였더라도 전기차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해선 업체의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외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배터리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GM 쉐보레 볼트EV 배터리 조립 장면. /사진=로이터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 동남아에서 배터리 교환 서비스(BaaS)도 선보이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문제를 서비스로 접근하고 있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은 블루오벌SK를 설립해 미국에서 만들어질 전기 픽업트럭용 배터리 생산을 담당한다. 2019년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GM은 현재 모듈화 플랫폼 ‘얼티엄’을 통해 다양한 차종 생산계획을 발표했고 핵심인 배터리를 합작사에서 공급받을 계획이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는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과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물량공세를 준비한다. 지난 6월에는 독일 스포츠카 제조사 포르쉐가 독일 커스텀셀즈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고성능배터리 생산 위해 연간 100MWh(메가와트시) 규모의 공장 건립 계획을 밝혔다. 연간 고성능 전기차 1000대 분량의 배터리를 이곳에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볼보자동차도 스웨덴 노스볼트와 손잡고 연간 전기차 50만대에게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미래, 동맹군 확보가 답

GM의 전기차 전용 모듈러 플랫폼 얼티움의 모습 /사진=로이터
전기차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자동차부품업체와 달리 배터리업체는 완성차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여러 부품사와 수직적 관계를 맺은 경우가 많았지만 핵심부품인 배터리 제조사는 차 회사의 압박에도 쉽사리 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밝힌 배경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상호 미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회사의 합작사 설립이 필수”라며 “배터리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어서 모두가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추구하려는 것은 차값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만 최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완성차업계는 충전 기술 향상도 배터리업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본다. 충전 방식이 다양해지면 굳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을 가져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급속충전과 함께 무선충전시대가 열리면 굳이 큰 배터리를 탑재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이 경우 안정적인 충전이 이뤄지도록 돕는 컨트롤러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각 업체는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서로 양보하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