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결국 엄마가 했다. 아버지를 죽였다."
일본 중견작가 이노우에 아레노의 대표 연작 소설 '엄마가 했어'는 79세 노령의 엄마가 아버지를 살해한 섬뜩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엄마의 전화를 받고 집에 모인 세 남매는 방에 고요히 누워있는 아버지를 본다. 그러나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경찰을 부르지도 않는다. 엄마는 쌀을 씻고 점심을 준비하고 큰딸은 이렇게 말한다. "파란색 천막이 필요해."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지만 엄마가 왜 아버지를 죽였는지, 왜 가족들은 애도와 눈물도 없이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가는지 등장인물들의 속내를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이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소설은 총 여덟 편으로 이뤄졌다. 동네에서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는 노령의 엄마와 아빠, 큰딸, 작은딸, 막내아들의 시점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만 가족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며 맨 처음의 '엄마와 했어'와 연결되는 구조다.
작가는 평범한 얼굴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 아래 감춰진 인간의 감정과 오묘한 심리, 서늘한 진실을 드러내 보였다.
1989년 '나의 누레예프'로 제1회 페미나상을 수상하고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국내에는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채굴장으로'를 비롯해 '어쩔 수 없는 물',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등으로 알려져 있다.
◇ 엄마가 했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문학동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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