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아고리움에 설치된 청소노동자 추모공간. 2021.7.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신윤하 기자 = "'갑이 지정하면 을이 해야 한다'는 말이 적힌 근로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노동자는 '멘붕'을 느꼈습니다. 그 직후에 바로 문제의 필기시험을 쳤습니다. 팀장이 치라고 하니까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7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 이씨(59)의 동료들은 과도한 업무 노동 강도와 직장 갑질 의혹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이씨의 동료 청소노동자 A씨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티에프(TF)와 간담회에서 기숙사 준공연도, 한자·영어 등의 필기시험을 봤다는 사실에 대해 "다른 동료들 앞에서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점수가 보이는 채로 시험지 나눠줘서 0점 받은 사람한테는 '0점이네요' 하면서 시험지를 줬다. 지적 받은 사람은 속상해서 울었다"고 전했다.


그는 "1등 한 사람도 이 시험은 스트레스였고 노동자를 당연히 '평가 당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며 "시험볼 때 '관악사 학생생활관'이라고 썼더니 '사'자 붙였다고 틀렸다고 처리했더라. 진짜 제대로 알고 있는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꼬투리 잡기 식으로 시험을 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9일 서울대 중간 관리자가 실시한 제1회 미화 업무 필기 고사.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 © 뉴스1

이날 새로 공개된 지난달 9일 시험 당시 사진을 보면 '제1회 업무 필기 고사'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함'이라고 적혀 있다.
동료 B씨는 중간 관리자가 드레스코드를 지정했다는 사실에 관해 "근무 중이라 회의 때 초록색 나뭇잎 무늬 옷을 입고 갔다. 그랬더니 '애매한데? 그래도 통과'라는 식으로 말했고, 꽃무늬 옷을 입은 노동자한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우리가 정장을 따로 준비해야 하나"고 주장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 측에서는 노동자들이 깨끗하게 입고 다녀야 좋다는 마음에 요구할 순 있겠지만, 상사(관리자)가 특정한 복장을 강조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났다면 노동자들에겐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또 "제일 높은 행정실장 등 여러명이 몰려다니면서 다음날 다다음날까지 검열을 해 상당한 압박으로 느껴졌다. 샤워장이 오래되어 곰팡이가 많고 지워지지도 않는데 검열한다고 하니까 강한 노동 강도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동료들에게 가장 힘들다고 했던 제초작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A씨는 "팀장이 업무 외에 건물 밖 제초작업까지 시켰다. 해외 전문가들의 제초 작업 영상을 보여줬는데 전문가의 수준으로 그 정도로 깨끗하길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힘들다는 노동자에게 팀장이 '그럼 인건비 삭감해서 외주 주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안전관리팀장 D씨는 "코로나19로 기숙사 문 닫으면 우리 다 잘린다. 다같이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에서 한 일이 오해를 사게 돼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D씨는 "선생님(청소노동자)들이 늘 작업복에 장화 차림이셔서 (자부심을 심어드리고 싶어) 회의 때 멋진 옷을 입고 오라고 말씀드린 것이고 회의실에 명패를 달아드렸다. 시험도 외국인 응대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 교육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근로계약서를 보여준 것도 원칙대로 업무를 지시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라는 게 D씨의 설명이다. 그는 "힘들지만 5시 이후에 근무하고 이런 건 없다. 식사시간을 감시했다는 것도 12~1시 점심시간인데 일부 2시간 반 넘게 쉬시는 청소노동자 분들이 있어 시간을 지켜달라는 취지에서 안내한 것"이라고 했다.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이 공개한 고인과의 개인 카톡 내용. 그는 현재 기존 업무에서 직무배제된 상태다. © 뉴스1

그는 그러면서 "이ㅇㅇ선생님(고인)은 물론 제가 관리하는 16명 청소노동자 분들과는 대체로 사이가 좋았다"면서 "지금 언론에 나와 제 갑질을 증언하시는 청소노동자 분들과도 악의가 없다"고 말했다.
D씨는 "처음에 민주노총이 이슈가 돼야 산업재해가 인정된다고 해 저도 최대한 도우려 했는데 나중에는 제게 갑질 프레임을 씌워버렸다"며 "선생님들도 산재를 위해 이용당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유족은 그러나 "서울대 관계자들은 갑질·인격의 의미조차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부에선 갑질이 아니라 정당한 관리, 경영의 차원이라고까지 설명한다. 업무 강도가 많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들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정말 객관성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인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시설노동자이기도 한 그는 노조 경험할 때 마주쳤던 학교 관계자들과의 경험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유족은 "지난 2019년 입사 후 학교에서 노조 활동을 할 때 관리자들에게 기가 막힌 대우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인사를 하면 거의 천한 노비 보듯이 인사를 안 받는다. 다음 새로 입사한 관리자도 똑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모욕적인 느낌을 많았다. 임금협상에 들어가서는 우리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 실체를 1년 동안 겪었다. 직급이 다르기 때문에 너희와는 신분이 다르다는 모욕적인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이 학교는 우리를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있고 또 동일한 구성원으로서 여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주말근무를 폐지하고, 1층 집하장을 만들어 입주 학생들이 1층에 직접 쓰레기를 버리도록 하고 주말에는 쓰레기 배출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밖에 덤웨이터(식재료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현재 공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는 "학교 측에서 빨리 진상 조사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환경을 조사해 과도한 업무가 있었다면 이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우리 학교 뿐 아니라 팬데믹 하에서 힘 없는 분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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