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 사이의 갈등이 2차전으로 치닫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실손보험을 판매 중단이라는 보험사 공세에 이어 이번엔 가입기준 완화 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보험사가 날을 세우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게 실손보험 계약인수지침(가입기준) 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최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최근 일부 보험회사들이 실손보험을 가입하려는 소비자에 대해 합리적인 사유 없이 소비자의 경미한 진료경력 또는 보험금 수령금액을 기준으로 계약 인수를 거절함으로써 소비자 피해가 증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 계약 전 과거 병력을 숨기는 사람, 보험사기를 계획하고 가입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마다 보험 인수지침을 만들었다"며 "보험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건 회사의 자율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기준을 높인 것은 높은 손해율때문"이라며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를 훨씬 넘다보니 보험회사들에게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손해율이 높다보니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한 회사들도 생겼는데, 당국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보험사들의 실손판매 판매 중단이 더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액은 총 2조5008억원으로 전년(2조5133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적자폭이 2조5000억원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손보사 13곳의 실손보험 손해액은 6866억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1분기 손해액과 비슷했다.
손해액 증가에 보험사의 실손보험 기피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계기로 가입에 필요한 조건을 점차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2년 내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를 신규 실손보험 인수 거절 조건으로 명시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심사 필수연령을 만 51세로 내리고 신규 가입 거절 요건에 가입 시점 기준 최근 2년간 진단, 수술로 지급받은 보험금이 50만원을 넘는 경우를 추가했다.
앞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 6월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정·준회원사로 등록한 26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생명 등 5곳만이 4세대 실손보험 출시에 동참한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다루지 않은 생명보험사가 더 이상 팔지 않으려는 이유는 손해율 개선과 함께 보험상품 라인업 재정비 측면도 있다”면서 “보험은 공익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실을 감내할 필요가 있지만 더 이상 매력이 없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도 (실손보험 운용을) 포기하는 보험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