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4300억원대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린 즉시연금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판결 문 수령 후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항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결론까진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금융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연맹이 2018년 10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관련 피해자들의 사례를 모아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의 1심 판결이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낸 후 그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보험 상품은 보험료를 일시불로 납입하고 만기 때 그대로 돌려주는 만기환급형이다.
삼성생명은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가입자에게 매월 연금액을 지급했는데, 가입자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과소지급분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측은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보험금(월 연금액)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금감원은 2017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돼 있을 뿐 연금액 산정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생명이 연금을 과소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책임준비금으로 뗐던 돈을 계산해 모두 연금으로 주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한화생명·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KB생명 등이 이 권고를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금감원이 추산한 보험업계 전체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하는데 삼성생명은 4300억원(5만5000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850억원과 700억원 등이다.
삼성생명은 법원이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고 최종판결을 내릴 경우 소멸시효가 끝나는 시점인 2023년 11월이 지나더라도 과소지급분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삼성생명은 아직 이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놓지 않은 만큼 향후 경영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1심 판결을 앞두고 삼성생명의 패소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컸다. 앞서 비슷한 소송을 진행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등은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생명과 약관상 유사성이 큰 동양생명이 패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외에도 AIA·흥국·DGB·KDB·KB생명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즉시연금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판결이 나기까지 앞으로 2~3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