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전인 2017년만 해도 고성능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S가 전부였다. 하지만 현재는 포르쉐가 내놓은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후에도 포르쉐는 성능을 더 높이고 성격을 달리한 타이칸의 다른 버전도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내놓을 강력한 성능의 전기차가 관심을 끄는 것은 고성능차와 전기차 제조기술이 그만큼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기 힘으로 더 강하게… 스포츠카도 트렌드 바뀐다
자동차업체는 내연기관에서 전기동력화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마주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엔 단지 점차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동화를 추구했지만 현재는 전동화 특성을 살려 오히려 차별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 등 수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동화를 통하면 보다 단순한 구조로도 높은 성능을 끌어내기 쉽기 때문이다.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지난 100년 동안 고도의 엔진과 변속기 기술로 높은 진입 장벽을 쌓아왔다. 반면 전기차 기술은 업체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위기이자 기회로 꼽힌다. 화석연료를 태워 힘을 얻는 내연기관차시장을 이미 장악한 업체는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 새로 열리는 전기차시장도 공략해야 한다. 반면 후발주자는 새로운 시장에만 집중하면서 도전할 수 있다.
특히 폭스바겐그룹·GM(제너럴모터스)·현대차그룹 등은 다양한 차종에 적용하기 좋은 모듈형 플랫폼을 구축한 만큼 새로운 형태의 전기차에 도전하기 쉽다는 평을 받는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엄격해진 환경규제에 대응하면서도 고성능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전기 스포츠카가 열쇠”라며 “성능이 뛰어난 전기차를 만들어내면 고성능차 제조기술과 전기차 제조기술 모두 우월하다는 점을 뽐낼 수 있는 만큼 업체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 4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2030년까지 ㎞당 70g까지 낮추기로 했다. 올해 기준인 ㎞당 97g과 비교하면 현재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27.8% 더 줄여야 하는 것으로 이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나 전기차 등에서만 가능한 수치다.
포르쉐만큼 빠른 현대차 나온다
6월 국내 출시된 포르쉐 ‘타이칸 터보’는 93.4㎾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680마력(ps·약 500㎾) 성능을 낸다. 빠른 출발을 돕는 기능인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3.2초가 걸린다. 최고 시속은 260㎞다. 국내 기준 인증 주행거리는 284㎞다.
현대차와 기아도 고성능 전기차를 예고했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아반떼N의 세계 최초 공개 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당시 공개한 영상 속에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과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 틸 바텐베르크 현대차 N 브랜드매니지먼트모터스포츠사업부장이 ‘E-GMP’ 플랫폼 앞에서 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신차 출시를 암시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 EV6 GT는 최고출력 584마력(ps, 430㎾)급 듀얼모터를 적용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3.5초가 걸린다. 최고시속은 260㎞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이오닉5N과 아이오닉6도 비슷한 성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면서 전동화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을 이미 세웠다”며 “배터리 기반의 고성능 전기차 외에도 수소연료를 활용한 수소전기스포츠카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