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디스플레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지난 17년동안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수성해온 한국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 체질개선으로 거리 벌리기에 나선다. LCD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등 차세대 기술에 역량을 집중,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각오다.

디스플레이 왕좌 놓고 경쟁 가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는 급격히 좁아진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금액 기준 2015년 45.2%에서 2020년 36.9%로 줄었다.

반면 이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14.1%에서 36.2%로 급격히 증가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단 0.7%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업계에선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양국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역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이 2004년 평판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시장 1위로 올라선 지 17년 만이다.


중국은 LCD 시장을 장악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중국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기술개발비, 세금감면 등의 대대적인 혜택을 등에 업고 장악력을 늘린 것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TV용 LCD 패널 점유율은 37.9%로 중국(31.0%)에 6.9% 포인트 앞섰지만 이듬해 중국이 36.0%로 한국(34.4%)을 1.6% 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이후 양국의 LCD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추세다. 중국의 LCD 점유율은 ▲2018년 40.7% ▲2019년 47.7% ▲2020년 55.4% 등으로 급격히 증가한 반면 한국은 ▲2018년 31.2% ▲2019년 26.1% ▲2020년 17.6% 등으로 감소세다. 옴디아는 올해 중국과 한국의 LCD 점유율이 각각 60.7%, 11.2%로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고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패널 생산 부문을 정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TV 수요 반짝 증가로 LCD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 같은 계획이 일시적으로 미뤄졌지만 최근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사업 유지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지난 6월 ▲32인치 88달러 ▲40인치 120달러 ▲43인치 139달러 등으로 정점을 찍은 LCD 패널 가격은 올 12월 ▲32인치 68달러 ▲40인치 99달러 ▲43인치 119달러 등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韓,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체질 전환

대형 패널인 55인치와 65인치 LCD 가격도 지난 7월 228달러와 288달러로 정점을 찍을 뒤 하락세에 접어들며 12월 198달러와 262달러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LCD 탈출 전략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한국이 집중하는 분야는 자발광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디스플레이는 크게 광원(백라이트)이 따로 필요한지 아니면 스스로 빛을 내는지(자발광)로 나뉘는데 LCD는 패널 자체가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하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OLED 패널은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TV용 OLED 패널을 양산하며 사실상 이 시장을 100% 독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등 중소형 OLED의 강자로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분야에선 자발광 TV 패널인 마이크로LED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으며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도 서두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 중 QD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고도화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LCD는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지 꽤 됐지만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기술 격차 때문에 한국을 따라잡기까지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추격이 어려운 기술들을 한국이 계속 리딩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저가 제품에 들어가는 리지드(경성) OLED가 아닌 하이엔드급에 집중해야 한다”며 “플렉서블이나 QD-OLED 등 OLED 그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차원의 지원도 요구된다. 문 교수는 “디스플레이가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라며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처럼 디스플레이 분야도 특별법 제정을 통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