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한계점도 분명하다. 핀테크가 열어놓은 금융권의 신 등용문을 통과한 인원 대부분이 경력직이어서다. 후발 주자인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금융권과의 경쟁을 위해 사실상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의 요란한 인재 영입전이 그만큼 정부가 바라는 고용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경쟁사 인재를 빼오면서 인력 쟁탈전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신규 고용창출이란 순기능이 핀테크 업계에서 자리잡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핀테크 채용으로 고용 확대?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채용문을 활짝 열고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고용을 확대했는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의 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란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청년층의 취업 갈증을 해소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등 비대면 기반의 온라인 전문 금융사의 신규 진입을 허용해 고용창출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은 올 6월 말 기준 1410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규모 측면에선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6월 초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선 총 2500명에 육박하는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인터넷은행 고용 인원의 1.8배에 달하는 인력이 반기 만에 빠져나간 셈이다.
경력직만 뽑는 핀테크… 4년 간 신입 채용 ‘전무’
핀테크의 일자리 규모가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지만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 역시 경력자 위주로 채워진 점도 문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한 인터넷은행은 경력직 채용에 주안점을 두며 정작 신입 채용엔 소극적이다. 정부가 금융권 일자리 대책으로 핀테크 육성을 내건 것은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한 이후 4년여동안 신입 공채를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지난 7월 두자릿수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는데 경력자만 뽑았다. 여기엔 시중은행과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들이 대거 지원해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경력 3년 이하의 개발자 공채를 진행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경력 없이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으나 신입 지원자는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위해 지난 8월 ▲담보대출 운영 ▲담보대출 운영 지원 등 두 가지 부문에 걸쳐 각각 두자릿수 채용에 나섰지만 역시 경력직 채용이었다.
자본확충 문제로 15개월동안 개점휴업 상태의 후유증을 털고 영업을 재개한 케이뱅크 역시 지난 7월말까지 별도의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고 지원자가 채용사이트에 입력한 신상정보만을 토대로 서류전형을 진행, 두자릿수의 IT 인재를 영입했지만 경력자로 한정해 채용을 진행했다.
핀테크 채용의 경력직 쏠림현상은 인터넷은행뿐만이 아니다. 올 상반기 결제액만 47조3000억원에 이르는 카카오페이는 지난 2월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을 합쳐 총 32개 부문에서 세자릿수의 사원을 뽑았지만 대상을 경력직으로 제한했다. 국내 대표 핀테크 업체인 토스 역시 2015년 정식 출범 이후 5년이 지난 지난해가 돼서야 신입 공채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입 공채를 뽑는 곳마저 토스코어와 토스인슈어런스 등 두곳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 8월부터 토스코어에서만 신입채용을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결제액이 17조원을 웃도는 네이버페이 운영사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지난 2월 실시한 개발자 공개채용에서 경력이 1일 이상 돼야 한다는 점을 앞세웠다. 이어 지난 5월 진행된 개발자 공채에 지원하려면 경력 2년 이상이 있어야 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지난해 2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미래에셋증권 디지털·IT 직군 출신 인력 10여명을 수혈했으며 토스증권은 5년 차 이상인 경력직 애널리스트를 채용했다.
스톡옵션으로 번진 경력직 출혈경쟁
핀테크 업체들의 경력직 채용이 치열해지면서 출혈경쟁도 우려된다. 토스는 설립 8년 만에 임직원 수가 1200명을 넘어섰고 올 1분기에만 340명을 채용했다. 대부분 경력직으로 기존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최대 1.5배 많은 연봉을 제시하고 1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한 결과다.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뱅크샐러드도 9월 ‘연봉 1.5배 인상’ 조건을 내걸고 개발자와 기획자 채용에 나섰다. 특히 개발 직군의 최소 연봉은 6000만원으로 리드급의 경우 최소 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도 주어진다.
신입 채용보다는 경력자 유치에만 적극 나서면서 핀테크 채용 시장은 인력 쟁탈전으로 치닫고 있다. 핀테크 업계는 성장 기반을 계속 다져가기 위해선 경력자 위주의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핀테크 업체 중 신입 직원 비중은 5%도 채 안된다”며 “이력을 보지 않고 뽑더라도 실력있는 신입이 매우 드물어 경력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핀테크의 신입 채용을 늘리기 위해선 저변 확대와 함께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핀테크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에 일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핀테크가 커질수록 정부의 규제도 강화돼 몸집도 불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이 드는 신입 채용에 대기업처럼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으로 시대가 전환함에 따라 정부도 핀테크 업계에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핀테크 육성을 단기적으로 끝낼 게 아니라 10년을 내다보지 않으면 앞으로도 핀테크의 신입 채용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