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장아름 기자 =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으로 자신의 이름을 톡톡히 알린 이가 있다.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다. 그 역시도 '오징어 게임'에서 주연들과 상당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연기력도 호평을 받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이 같은 인기에 대해 "축복받은 기분"이라며 "온 가족들이 뿌듯해하고 행복해하니까 좋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분들이 많아 더 힘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로, 국내는 물론 미국을 넘어 넷플릭스 전세계 톱10 TV 프로그램 부문 1위까지 차지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신드롬적 인기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극 중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 알리 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일을 하며 불의의 사고도 당하지만, 사장의 임금 체불과 벼랑 끝에 몰린 상황으로 인해 아내와 아이를 뒤로 하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알리는 극 중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인으로, 박상우(박해수 분)와의 안타까운 서사부터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과 보여준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인도 출신으로 델리에서 5년 연기를 하다 지난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합격한 후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14년 영화 '국제시장'으로 데뷔한 후 '아수라' '럭키' '승리호' '제8일의 밤' 등 작품에서 단역으로 출연해왔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서 더 많은 배역을 맡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저는 한국어, 힌디, 영어 3가지 언어가 가능하다"며 "3배로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고백한 것.
인상적인 답변도 전했다. 한국 콘텐츠에서 한정적인 캐릭터가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알리도 제가 이전에 연기했던 배역들과 유사한 부분은 존재하지만 유사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도 한 명 한 명이 다른 맥락, 다른 시간, 다른 작품 속에 존재하는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에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연기자로 알려지게 된 것이 기뻤다"고 전한 아누팜 트리파티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징어 게임'의 뜨거운 인기로 아누팜 배우 역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나.
▶축복받은 기분이다. 알리가 이런 반응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많은 분께 환영받을지 몰랐고, 정말 너무너무 기쁘다. 우선 온 가족들이 뿌듯해하고 행복해하니까 좋다.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더 힘이 생긴다. 정말 감사하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작품에서 압둘 알리라는 이름이 있는 배역으로, 그것도 비중이 큰 역할로 관심을 받게 됐다. 이 역할에 발탁됐을 당시 소감과 출연 과정도 궁금하다.
▶작년 2월 말에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이 총 세 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디션 분위기는 좋았지만, 감독님이 알리라는 인물은 덩치가 큰 인물이라 하셨는데 저는 체격이 마른 편이라 좀 걱정이 됐다. 결과가 나왔던 순간 마음속으로 덩실덩실 춤을 췄다. 종일 춤을 추고 친구들에게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나누었더니 하루가 훅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정말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대본을 받고는 어땠나? 역할에 발탁되면서 어떤 각오와 목표로 임했는지도 궁금하다.
▶대본 받고 나서 인물 연구를 위해 대본 분석을 하는데 이 작품에 압도됐다. 특히 한국의 전통 놀이를 통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갈리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면모들이 드러나는 것이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역할에 발탁되고는 최대한 진실하고 순수하게 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알리라는 인물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알리는 어쩌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대변하는 인물이라 생각된다. 그런 인물을 연기한 점에 있어서 전형적인 캐릭터로 보이지 않기 위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시고 연기했나.
▶알리라는 인물은 가족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치는 인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정이 많고 따뜻한 인물이기 하다. 여러가지 인간군상이 드러나는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선량한 캐릭터기도 하다. 이 알리라는 인물이 최대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며 연기했다. 저는 연기를 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삶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 이 캐릭터를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하게 할지를 고민한다. 사실 저는 알리가 전형적인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의 알리라는 캐릭터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잖나? 이분들은 '한국 사회의 이주 노동자'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다. '이 사람은 왜 한국에 왔을까, 사장님이랑 어떤 문제 때문에 버티고 있을까, 가족들도 있는데' 등 이런저런 세밀한 설정들이 나온다. 이러한 설정을 기반으로 해서 알리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또한 세계의 이주 노동자나 노동문제에 대한 글들을 살펴보고, 또 이전에 유사한 배역을 맡았을 때 어떻게 연기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덜 클리셰적인 이미지로 가면서 알리라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렇게 제 안에 알리의 이미지가 구성됐고, 다시 이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감독님도 많이 도와주셨고, 이정재, 박해수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한 허성태, 김주령, 정호연 배우님 등 현장의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발견해냈다.
-쉽지 않은 한국어 연기로 감정선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알리를 연기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 또 한국어 연기라서 특별히 더 노력한 점은 있었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하는 것은 분명 어렵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작업을 시작한 날에 알리가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알리가 빠진 날이 없다. 어렵지만 저는 전공이 연기다. 셰익스피어를 할 때는 영어로 연기를 하는 것이고, 한국에 사는 사람을 연기할 때는 한국어로 연기를 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 어려움이 있으니까 가능성이 더 많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실 제 한국어는 지금도 완벽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필요한 것은 어설픈 한국어가 아닌 알리를 표현하기 위한 연기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과거의 자신이나 다른 외국인 친구들을 관찰하며 알리만의 억양과 호흡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작업이 어려운 만큼 재미있었다. 제가 이러한 언어적인 어려움이 없었다면 알리라는 인물에 대한 그 인물의 갈등,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여러 대선배님이 정말 많이 지도편달을 해주셔서 알리라는 인물에 더 애정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이정재 박해수 배우와도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다. 배우 대 배우로 연기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땠나? 특히 조상우 역 박해수 배우와의 호흡이 돋보였는데 조상우 캐릭터에 대한 감정 연기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박해수 선배님과의 작업은 정말 기쁘고 힘이 나는 작업이었다. 특히 박해수 선배님은 정말 다정하고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어떤 식으로 두렵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제 안에서 여러 가지를 끌어내 주셨다.
박해수 선배님이 상우를 연기하는 방식은 제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박해수 배우님은 존재만으로 신을 변화시키는 분이다. 그런 박해수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매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덕분에 상우와 알리의 관계가 두터워질 수 있었고, 박해수 배우님과도 세트 바깥에서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배님은 정말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재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이정재 배우님은 농담도 많이 하시는 재미있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껴주시고 신경 써주셨다. 첫 신을 촬영할 때 제가 이정재 선배님의 목을 너무 강하게 잡아서 당황했는데, 그때 제게 "괜찮아요. 편하게 해요,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위로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긴장이 확 풀렸다. 이정재 선배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 제가 배우로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도 출신으로 한예종을 나온 배우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와 한예종에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원래 델리에서 약 5년 정도 연기를 했었습니다. 우리 집도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께서 연기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하셨다. 공부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서, 좋은 직장 들어가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하셨다.
그래서 집에서 나와서 연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한예종 AMA 장학생 시험을 제안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전심전력 노력해서 시험에 응시했다. 한예종에 합격하자 부모님도 굉장히 기뻐하시고 응원해주셨다. 그 길로 바로 한국에 와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본래 배우가 되려고 했었나.
▶저는 원래부터 사람들 앞에 서거나 무대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사람들이 제 공연을 보고 함께 즐거워하거나 캐릭터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때 매우 기분이 좋았다. 제가 연극을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그때 '스파르타쿠스'라는 연극에 검투사 역할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관객과 무대 위의 인물로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한국인이 다른 나라의 콘텐츠에 출연할 때도 배역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지 않다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외국인으로서 배역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더 많은 배역에 도전하고픈 갈증은 없는지 궁금하다.
▶저 역시 배우인 만큼 다양한 배역을 맡고 싶은 욕망은 있다. 하지만 모든 배역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있다. 우선 알리라는 캐릭터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제가 이전에 연기했던 배역들과 유사한 부분은 존재한다. 그러나 유사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도 한 명 한 명이 다른 맥락, 다른 시간, 다른 작품 속에 존재하는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알리만의 고유한 개성이 무엇일지를 고민했고 이러한 부분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누팜 배우의 앞으로의 활동도 궁금하다. 한국을 넘어 또 다른 곳에서의 활동 계획이 있나.
▶저는 한국어, 힌디, 영어 3가지 언어가 가능하다. 3배로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고, 현재로서는 한국 영화계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싶다.
-'오징어 게임'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또 오징어 게임이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에게 제가 연기자로서 알려지게 된 것이 기뻤다. '오징어 게임'은 제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누팜 배우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또 배우로서 목표와 연기하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해번 적이 있나.
▶이번 '오징어 게임'에서 많은 분이 배우로서의 제가 아니라 알리라는 캐릭터를 진심으로 대해주시고 반응을 보여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고 기뻤다. 저는 캐릭터를 시청자와 잘 소통하게 하는 것이 배우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저는 저 자신보다는 제가 참여한 작품들과 연기한 배역들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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