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9년 가을이 끝날 무렵, 김기홍(34)씨는 동생과 경기도 용인에 PC방을 창업했다. 어린 세 자녀, 은퇴한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1년간 준비한 끝에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처분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순조로웠던 초반을 거치며 PC방은 김씨 삼남매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족사업이 됐다.
이듬해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가혹했다. 1년 넘게 정상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거듭한 끝에 교사인 아내마저 신용불량자가 됐다. 새롭게 마련한 집은 가압류됐고, 가게는 퇴거명령을 받았다. 여러 차례 대출금을 갚았지만 여전히 빚 3억이 남았다.
김씨는 거리로, 국회로 나와 '장사 할 수 있는' 정부의 방역지침 개편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의 공동대표도 됐다. 지난 7월1일 차량시위를 주도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거쳐 검찰 송치됐다. 지난 7일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재조정 발표를 앞두고 시간·인원제한 철폐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김씨는 농성 이틀째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에서 뉴스1과 만나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 천막농성까지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리 문을 닫지 그랬냐, 왜 집 팔고 손 벌리면서까지 장사를 하냐고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거리두기 연장이 2주나 한 달 단위로 이뤄지고, 확진자가 줄면 사태가 종식될 것 같은 분위기에 처음 몇 달은 '한 달만 지나면 잘 될 거야' 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가) 장기화 가능성을 얘기해줬다면 빚을 각오하고 개인회생이나 파산 신청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폐업 못한 분들은 거의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폐업 신고를 하는 즉시 모든 대출금을 일시상환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불어난 빚에 폐업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폐업할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나홀로 사장'이다. 인건비를 줄이거나, 또는 인건비를 줄 수 없어 홀로 빈 가게를 지키는 것이다. 실제 올해 8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6000명 늘었다.
'빚의 대물림'을 걱정해 극단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초 마포구에서 20년 넘게 맥줏집을 운영하다 목숨을 끊은 50대 자영업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대위가 지난달 13~14일 내부 제보를 받은 결과 최소 22명의 자영업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으로 생활고 등을 호소하며 극단 선택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개 제보까지 합하면 그 수는 70명을 넘는다.
김씨는 "전 재산이 날아가고 억대 빚까지 지게 되면 목숨과 돈을 저울질할 수 밖에 없다"며 "가족은 상속포기를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으로서 이 빚을 갚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극단 선택을 내리는 것"이라며 "지금도 수 많은 사장님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말하지만 자영업자들은 17일 이후 적용될 거리두기 단계 조정안 발표를 앞두고 또 한 번의 고비를 걱정하고 있다. 자대위는 오는 15일 정부 발표에서 거리두기 재연장이 결정되거나 시간·인원제한 개선이 없을 경우 20일 광화문 일대에서 자영업자 촛불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10월 말 지급 예정인 정부의 '피해보상 80%, 상한 1억' 손실보상안에 대해서는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내부 평균을 조사한 결과 실제 피해액만큼의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수백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어 "이럴 바엔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서 우리가 빚을 감당하는 게 낫다"며 "국가가 온전히 책임져 주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손실을 메꿀 환경도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달 중 다시 한번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자대위가 국회 앞에 자영업자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경찰이 무서워서 내 장사를 못하면 우리는 다 거리로 나앉아야 하나"라며 "경찰 조사도, 구속도 무섭지 않지만 장사를 할 수 없는 게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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