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지만 오는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내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일문일답.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최근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실물경제 상황에 대비한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물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차례 금리인상만으로 정책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통화정책으로도 대응하지만 금융불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나 주택정책 등이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금리 추가 조정 여부는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 나간다. 지난 8월에 금리 인상 결정을 하면서 앞으로의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모두발언에서 이야기했듯 여러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 경기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회복 흐름이 우리가 보는 흐름에서 벗어나는지 아닌지를 짚어볼 것이다.
만약 경기 흐름이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준금리 조정은 경제, 금융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지 총재의 임기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재 앞으로의 흐름을 내다보면 국내 경제가 내년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고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상황이다. 금융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불균형 정도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는 상황을 종합하면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계속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인 6%대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총량규제와 한은의 금리 인상이 함께 이뤄져야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한은 역할은 금융안정을 전반적으로 도모하는 것이지 특정 자산가격이나 특정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 감독당국이 오랫동안 지난 수년간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에 대응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들의 위험선호,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추구행위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거시건전성 규제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더라도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면 그 효과는 제약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처럼 금융불균형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도 중요하고, 통화정책도 거시경제여건에 맞춰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를 근거로 들며 주택가격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홍 부총리가 최근 가격전망, 수급 지수 등 몇가지 지표를 보고 주택시장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평가한 걸로 알고 있다. 물론 그렇게 평가한 건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주택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것이 장기적으로 안정될지 여부는 지켜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한 견해는.
▶대외여건을 보면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서 각종 상품가격, 특히 에너지가격의 오름세가 높아지고 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단기적으로는 다소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조적으로 볼 때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견조한 수출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소비도 빠르게 개선돼 성장세가 견실하게 움직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소비가 7, 8월에 주춤했지만 9월에 백신접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소비가 상당폭 개선된 걸로 파악했다.
최근 원자재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생산 차질과 같은 요인 때문에 공급 측 요인이 경기회복세를 제약하고 물가상승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런 현상들이 팬데믹 이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 자체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견실한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 정치권에서 한은 발권력을 동원해 고용 안정과 경기 부양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통화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이 늘어나고 있는데.
▶알고있다. 금통위는 외부 인사의 발언이나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율적이고 중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현재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 물가안정을 통한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에 충실해서 통화정책을 결정, 운용하고 있다는 걸 거듭 강조한다.
-이번달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의 문구를 지난 8월과 비교해 보면 '점진적으로 조정'이란 문구가 '적절히 조정'으로 바뀌었는데.
▶'적절히'는 그야말로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등 여러가지 상황과 대외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보면서 거기에 맞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개념이다. 점진적으로 표현을 쓰다가 바꿨는데, '점진적'이라는 의미에 대해 일부에서는 도식화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점진적으로 조정한다고 하면 시기를 점진적으로 할 수 있지만 폭도 이 개념에 들어간다.
-오늘 회의에서 임지원, 서영경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금리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연속 인상을 주장한 것인데.
▶연속으로 하고 안 하고는 과거의 관행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상황이 중요하다. 지금 두 명의 의원이 소수의견을 냈다고 하는 것은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지금이 인상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모두발언에서 말했듯이 이달에는 동결하지만 다음달에는 이런 상황을 짚어보고 추가인상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 금통위가 보는 상황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인상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게 이번 회의에서의 다수 위원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