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법원에선 두 건의 주거침입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그 중 하나는 '제3자가 불륜을 목적으로 부부 일방의 허락을 받아 부부가 거주하는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피고인 A씨는 2019년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 B씨의 남편이 집에 없는 틈을 타 B씨 부부의 집에 세 차례 출입했다. A씨는 B씨의 남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1심에서 '주거침입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2심은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A씨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사실상 평온'이란 법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A씨와 같은 행위는 약 37년 동안 주거침입죄에 해당, 의례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여겨졌다. 대법원은 1984년부터 이른바 '상간자'가 불륜 당사자인 부부 일방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가 간통을 저지른 경우 부재중인 다른 배우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출입이라고 보고 주거침입죄 성립을 인정해왔다.(1984.6.28.선고 83도685판결)
다시 말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공동주거권자(부부) 중 한 사람에게서만 승낙을 받고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는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이 성립됐다. 불륜 목적으로 출입한 경우 남편은 상간자의 출입을 반대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공개변론을 거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에 들어가는 것은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A씨의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2021.9.9.선고 2020도12630판결)
동일한 사안이라도 법원의 해석과 판단은 시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 이번 판결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 가운데 하나인 '침입'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한 것 외에 사적 영역에서의 내부적인 문제에 국가의 형벌권이 최소한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단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 감정이 이 같은 법원의 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의 여부다. 이제는 배우자가 집안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 단지 부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만 가능할 뿐이다. 최근까지 간통죄 부활에 대한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를 고려할 때 이번 주거침입죄 무죄 판결 또한 상당기간 여론의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상간자 위자료 소송을 통해 인정되는 손해배상금은 통상 1000만~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불륜 사실을 항의할 목적으로 배우자의 불륜 상대를 찾아가 집의 문을 두드리거나 벨을 누르는 것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인정돼왔다. 상반되는 두 사안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법원의 균형적인 법률 해석과 적용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