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1) “계란값,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1-2) 계란값은 왜 천차만별일까
(2-1) 브레이크 없는 계란값… 소비자만 봉됐다
(2-2) 그 겨울, 추억의 간식들이 사라진 이유
(3) “계란, 헐값시대는 끝났다”

국민의 필수 먹거리 중 하나인 계란값 상승 여파가 여전하다. 

2020년 11월 발생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이후 계란 한 판의 소매가는 9000원대를 넘어설 정도로 치솟았다. 

이후 국민들의 분노에 눈치 게임을 벌인 정부가 수입란 등 임시방편으로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아직도 1년 전에 비해 30~40% 오른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계란 한 판(대란 30개 기준)은 4000~5000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들어 1월 평균 가격이 7124원을 기록한 후 2월 8542원으로 8000원대를 단숨에 넘어섰다. 이후 6월엔 9204원으로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마저도 1회 구입할 수 있는 양이 한 판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8월 8000원대로, 9월 들어선 7000원대로 떨어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정부는 AI 방역대책 실패로 계란값 상승을 초래를 막지 못했다는 뭇매를 맞으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부 AI 방역대책이 계란값 상승 초래?


올 3분기 산란계(식용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는 닭) 사육마릿수는 전년동기대비 300만마리 이상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 기준으로 국내 산란계는 7072만2000마리로 전년동분기대비 313만1000마리(-4.1%)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485만1000마리 증가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지난 겨울 AI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AI 피해 이후 병아리 가격 상승으로 입식을 보류하거나 순차 입식에 따른 마릿수가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복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정부가 과도하게 산란계를 살처분하고 차단방역만을 강조한 것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인력의 농장 출입 차단 등 정부의 AI 방역대책 실패가 계란값 상승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여파로 계란값이 폭등한 가운데 수입으로만 1023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것과 ‘살처분농가 입식비 보조’라는 선택지를 왜 방치했는지에 대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통계청이 공개한 ‘지리정보시스템(GIS)로 본 산란계 사육마릿수 구성비’/그래픽 = 김은옥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AI발생에 따라 살처분 범위를 500m에서 3㎞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24%에 달하는 산란계 닭 1700만수가 살처분됐다. 

농식품부 측은 “지난해와 올해는 야생조류에서 사상 유례없이 AI 항원이 다수 검출되는 등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 지속돼 연쇄 확산 방지를 위한 3㎞ 예방적 살처분 적용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발생농장에 대한 역학조사 과정에서 백신접종을 위한 인력의 출입이 확인돼 이로 인한 확산우려를 감안, 농장 내부 출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 역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65건이었던 야생조류 AI 발생 사태와 비교해 올 초까지 이어진 AI 사태는 3.6배나 급증한 234건에 달한다.

농가 지원이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없이 수입란만을 고려한 정부의 행정 능력에 대해서도 원성이 높아졌다. 

정부 측은 “산란계 살처분농가는 재입식을 위해 농장 청소·세척·소독 등 농장정리와 가축방역관의 점검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재입식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며 “안정적 경영을 위한 단계적 입식으로 공급 회복에는 최소 3~6개월이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수입란에 대해선 가격급등 우려로 국내 수요부족량 수준에서 수입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뒷거래에 가세한 농가와 ‘덤핑란’ 카르텔


지난 10월5일 경북도 동물위생시험소 방역차량이 포항시 남구 연일읍 형산강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차단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사진=뉴스1 최창호 기자
정부는 살처분 농가의 신규 입식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살처분 보상금 조기 지급은 물론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규모를 15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리고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한시적으로 금리 인하(1.8%→0%) 조치를 실시했다. 

산란계 살처분농가 보상금은 904억원 중 886억원(98.0%)이 지급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마련에 일부 보조금만 적용된 영세한 양계농가의 경우 농장 내부 출입까지 일시적으로 제한되면서 AI 사태 이후 ‘비싼 계란값을 부추기는 검은 손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일명 계란 수집상으로 불리는 중간도매상들이 사재기로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뒷거래에 일부 가세한 셈이다. 정부의 수입란 수급 결정이 이 같은 사재기 해소를 위한 것이란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수입란이 대거 등장하면 사재기에 나섰던 수집상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해소 방법이 명확하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덤핑란’의 더 큰 문제는 수집상이 쌓아뒀던 오래된 계란을 시중에 공급할 경우 식중독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계란값 결정 구조 개선에 ‘첫 삽’ 뜬 정부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10월1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산란계 농장 질병관리 등급제 시범 운영’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앞서 기획재정부(기재부) 물가상황점검팀,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카르텔조사과는 지난 8월 계란값 안정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구성, 현장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점검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최근 계란값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담합 정황 등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공정위 조사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정위는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에 담합 등의 예방과 계도 차원에서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준수 공문을 보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담합 의심 신고나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계랸값을 결정하는 구조 개선에 나섰다. 그 첫 걸음은 ‘도매시장 운영’이다. 도매시장 제도를 시범 운영하면서 가격 형성 구조를 바꿔 안정화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매시장이 없어 생산자와 유통자가 1대 1로 가격을 결정하는 계란 가격 결정 구조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내 공판장(도매시장) 2개소 시범운영에 착수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가금농장의 자율적 방역에 중점을 두는 ‘질병관리등급제’ 시범사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전체 산란계의 41% 정도가 질병관리등급제를 통해 무차별 살처분을 피해간다면 ‘덤핑란’과 같은 고질적 문제 해결에도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자체 방역을 잘 하는 농장의 경우 AI 확진농장 반경 3㎞ 이내더라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지역별 산란계 농가 ‘질병관리등급제 신청’ 현황/그래픽 = 김은옥 기자
반면 양계업계에선 높아진 생산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계란 헐값 시대’는 이미 종료됐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동기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국 국장은 “가격의 결정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생산자 단체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가격 결정 구성 요소 중에서 생산 원가 인데 생산 원가 이하가 되면 농가에서 피해를 보고 과잉생산이 되고 생산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국장은 “현재 시장은 생산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격은 떨어져있는 상황”이라며 “이유는 농식품부에서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덧분였다. 

그는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외부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그나마 농가의 생산원가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인데 생산이 늘어나게 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측에선 계란 가격이 비쌀 때만 생산자를 압박하지 말고 생산원가 이하로 가격이 형성될 때는 공매를 해준다든지 농가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줬으면 한다는 의견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