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우리에 앞서 '위드코로나'를 시행중인 해외국가들이 잇따른 확진자 급증에 다시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우리로서는 이들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눈여겨 봐야 한다.
◇네덜란드, 한달만에 다시 방역 문턱 높여…영국선 신규확진자 4만명
우리나라보다 앞서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다른 국가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신접종 완료율이 50%를 돌파하자 방역체계를 완화했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위드코로나를 선포한 영국은 지난 7월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하고 코로나19 관련 모든 방역지침을 한꺼번에 해제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후 영국은 현재 하루 평균 4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 사이 백신 접종완료율은 10%p(포인트) 오른 66%에 그쳤다.
세계적인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가 발표한 일일 확진자 수를 보더라도 위드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국가에서의 확산세는 뚜렷하다. 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독일은 1만13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오스트리아 4523명, 이탈리아 2818명, 프랑스 1866명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사적 모임 제한과 영업시간을 해제한 오스트리아는 방역체계 개편에 나섰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8월부터 슈퍼마켓, 약국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됐지만, 이달 초 부터는 실내 시설에 출입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완치자, 백신 접종완료자만 식당, 술집 등에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9월25일 코로나19 방역 제한 정책을 대부분 완화했던 네덜란드도 이달 초 부터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백신 접종 등을 증명하는 '코로나패스'의 사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1일 위드코로나 선포와 함께 한국, 미국, 영국 등 63개국에 국경을 개방한 태국은 벌써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태국에서는 8165명의 신규 확진자와 5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백신 접종완료자 수, 방역체계, 초기 확진자 수가 우리나라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날 네덜란드 보건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맞은 비중은 성인 인구의 84%로, 국내 18세 이상 성인인구 접종완료률인 87.9%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지 않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네덜란드 일일 확진자 수는 전날(2일) 12시59분(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으로 7694명으로, 위드코로나 시작 당시 1000명대에 비하면 약 7배 증가했다.
◇당국 "확산세 커져도 후퇴는 없을 것"…의료대응체계 수립은 '아직'
방역당국은 현 코로나19 발생 상황은 안정적이며, 만약 확산세가 커져도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후퇴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대응체계는 여전히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역당국은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을 기준으로 비상 방역체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편으로는 전체 확진자 수와 성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엇갈린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9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최종안을 통해 중환자실 병상가동률 75% 이상 또는 주 7일 이동평균 70% 이상인 경우 비상 방역체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며칠 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현재 전체 확진자의 70%가 미접종자, 30%가 접종완료자로 구성됐는데, 약 5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우리 의료체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로 보고 있다"며 "총 확진자 수 증가보다도 확진자의 성격(백신 접종여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자가 "1만명이 된다면 비상상황 아니냐"고 질의하자 손 반장은 "확진자가 1만명에 달해, 진료가 어려울 정도로 의료체계가 흔들린다면 일상회복 과정을 중단하고, 비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향후 병상 운영 방안, 의료인력 확보 방안, 의료체계 개선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전날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제 23차 회의에서 "병상·인력 확보 등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의료대응을 위해 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을 줄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료대응 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채, 위드코로나를 강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역량을 키우지 않고,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의료체계에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학 교수는 "환자 수가 급증해서 의료역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한동안 중단될 수 있다"며 "의료전달체계를 복구하고 충분한 의료역량을 준비하는 것이 그런 상황에 이르는 것을 막거나 지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일일 신규 확진자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1만명, 가능하면 2~3만명도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현 시나리오대로라면 최대 일일 확진자 2만5000명, 재원 중환자 3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 2차 공개토론회에서 "위드 코로나를 추진하다 보면 하루 확진자가 2만5000명 발생할 수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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