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레깅스 불법촬영' 사건의 피고인이 네 번째 재판인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세 번의 재판을 거치며 유·무죄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레깅스 불법촬영' 사건의 피고인이 네 번째 재판인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최종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같은 버스에 탑승한 피해자 하반신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고 판시했다.

원심 재판부가 선고한 벌금 70만원과 24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판결이 유지되며 피고인이 재상고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된다.


A씨는 2018년 버스 안에서 출입문 앞에 서 있던 여성 B씨의 엉덩이와 다리를 8초 동안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가 범행할 당시 B씨는 발목까지 덮는 검정색 레깅스와 운동화를 신었고 엉덩이 바로 윗부분까지 내려오는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원심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B씨의 신체 부위는 목 윗부분, 손, 발목 부분이 전부'라는 이유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반신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피해자의 우측 후방 모습을 촬영했는데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이런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했다"면서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다시 판결이 뒤집혔다. 3심인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결과물을 고려해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했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