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는 각국 인사들이 참석해 인앱결제와 관련한 의견을 공유했다. /사진=강소현 기자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것 만으로 공정한 앱생태계가 조성될 순 없습니다".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된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는 각국 인사들이 참석해 인앱결제와 관련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유성구갑)을 비롯해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경기 화성을), 쎄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 시조 쿠리불라 인도 ADIF 회장, 마샤 블래번 미국 상원의원, 메간 디무지오 CAF(앱공정성연대)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구글은 변경된 수수료 정책을 적용한다고 공식 블로그에 고지한 바 있다. 유료 콘텐츠 결제 시 자사 결제수단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인 인앱결제의 적용 범위를 게임에서 음원과 웹툰·웹소설 등 모든 디지털콘텐츠 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국내외에선 수수료 인상에 따라 앱 개발사들이 받을 타격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국내에선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한 세계 최초의 사례다.

토론 시작에 앞서 대표발의자로 나선 조승래 의원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전통적인 산업군을 이미 앞질렀으며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라며 “여기서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도전을 통해 또 다른 빅테크가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를 만들 것인지 그 반대의 상황을 용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앱생태계는 특정 국가나 특정 사업자를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지속 가능한 앱생태계를 통해 또 다른 빅테크의 성공 신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논의가 이뤄졌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공정한 앱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선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세부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쎄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은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으로 이전에는 없던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관련 규제법을 최초로 도입한 한국에)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것 만으로 공정한 앱생태계가 조성될 순 없다”라며 추가적인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 미래 시점에 맞춘 규제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제 간의 연대와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질서를 만들기까지 최소 5년이 소요되는데 어제가 아닌 미래의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시장 변화의 속도에 맞춰 규제를 마련하려면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의 안하무인격인 태도를 향해서도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메간 디무지오 CAF 사무총장은 "빅테크에 동참하지 못한 기업들과 매일 이야기한다. 이들은 수문을 지키는 수문장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한다"며 "특정 앱이 시장에 도입되지 않는 것은 우리 역시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뺏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글과 애플은 대한민국 국회의 노력에 맞서는 행위를 하고 있다. 앱마켓 운영자들이 한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선 법안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며 "이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장벽이 아닌,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 이 법안을 통해 '창작자와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라는 자신들의 슬로건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스위니 역시 구글과 애플의 행위에 대해 경고하며 "기술 진보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구글과 애플의 정책변경이 필요하다"고 일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후속조치를 조만간 본격 추진한다. 방통위는 지난달 19일 간담회를 열고 앱마켓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고시 초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하위법령 초안에는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에 대한 세부 유형이 담겼다. 앱마켓 전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지 행위의 세부 유형과 이에 대한 심사 기준을 반영했다. 또 이용자 보호 및 실태조사 관련 세부 내용도 마련됐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개정안을 안착시켜 생태계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며 "앱마켓 사업자들의 가시적인 이행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