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생태문명전환포럼 대표/사진=머니S DB
한때 '환경이 밥 먹여주냐'며 환경운동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무지막지한 시절이 있었다. 개발만능주의가 모든 가치를 대신하던 토목과 건설, 난개발의 시대였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부득이하게 환경의 가치를 경제가치로 환산하여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도 환경과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 탓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부정하거나 대놓고 반대하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그런데 기후위기 때문에 좋던 싫던 이제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산업구조의 대개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야말로 '환경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딜로이트 보고서'는 기후위기를 무시한 채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고 기존의 산업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시 무려 -935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에 적절하게 대응했을 시 +2300조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내다봤다.

최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기후행동과 경제적 성장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주는 딜로이트 경제연구소의 기후변화 경제보고서 '한국 경제의 터닝포인트–기후 행동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주도한다'를 발표했다. 여기서 딜로이트가 분석한 미래 경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이 기후위기에 무대응하거나 부적절하게 대처할 시 향후 반세기 경제적 누적 손실은 현재 가치 기준으로 약 9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며 두 산업군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제조업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항구 등 해안지역 관련 인프라가 향후 50년 간 매년 평균 8조 원 정도의 손실을 입고, 경제 전반에 밀접하게 연계된 서비스산업의 경우 매년 평균 18조 원의 막대한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상 이변 피해와 노동생산성 저하로 소매 및 관광, 건설 및 에너지산업 분야에도 매년 평균 전체 10조 원 이상의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한국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C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발맞춰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선다면 오히려 2070년까지 약 2300조 원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의 이러한 분석과 예측은 앞으로의 10년이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아주 중요한 전환점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제적인 기후행동을 비용이 아닌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기회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탈탄소화 경로를 4단계로도 제시했다.

그 첫 단계는 과감한 기후대응을 위한 준비 단계로, 지금부터 2025년까지 정부, 기업, 소비자 등 주요 시장 참여자들의 기후행동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시장에 달라진 가격 신호를 보내 탈탄소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했다. 두 번째 단계인 2025년부터 2040년까지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 확대, 관련 정책 마련, 경제 사회 구조 전반의 체계적인 전환을 통해 변화를 이루는 시기이다. 구조적인 전환에 비용이 수반되지만, 에너지부문 전환 가속화로 대체 재생연료 자원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2040년부터 2050년까지 세 번째 단계에 도달하면 다배출 경제구조 탈피는 어느 정도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술 혁신과 진보에 따른 경제적 순이익은 무역과 건설, 서비스산업 등 핵심 산업 전반에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되면서 기후와 경제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2050년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는 탄소중립과 친환경 경제성장 실현을 통해 저탄소 미래 구조를 확립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딜로이트 경제연구소의 프라딥 필립(Pradeep Philip) 박사는 "불과 50년 안에 한국 경제는 935조 원의 비용을 2300조 원의 이익으로 바꿀 수 있다"며 "세계 경제구조를 저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재난 앞에서 한국이 혁신적인 기술 허브로서 전 세계의 변혁을 위한 기술과 혁신을 제공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경제동력으로 떠오른 탈탄소화 기술을 주도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추동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향후 반세기 누적 손실이  935조원에 이를 것인가, 아니면 곧바로 대응에 나서면서 오히려 23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다시말해 위기에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린 것이다. 자, 이제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조용우 생태문명전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