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남욱 변호사(오른쪽)를 구속 기소한 가운데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에 '플리바게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을 전부 기소하면서 정영학 회계사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정 회계사를 특정범죄신고자로 판단했다고 불구속 이유를 설명했지만 사실상 국내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플리바게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가 공통으로 적용됐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도 재판에 넘겨졌지만 '민간업자 간 녹취록 제공' 등 수사에 협조해온 점을 감안해 구속하지 않았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 수익 구조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회계사를 불구속 기소한 이유에 대해 "검찰에 자진 출석해 관련자들의 대화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주요 혐의사실을 포함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정 회계사는 수사 초기 검찰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관련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19개와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수사팀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특정범죄신고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르면 범죄신고 등을 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그에 대하여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이 같은 설명을 덧붙인 것은 수사 과정에 있었던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회계사는 대장동 핵심인물이지만 김씨 등과 달리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지난 1일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정 회계사는 제외됐다.


검찰이 정 회계사를 공범으로 지목하면서도 구속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실상 '플리바게닝'을 해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다.

법조계는 정 회계사가 특정범죄신고자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영학 회계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뒤늦게 수사에 협조한 정도지 본인이 먼저 자수한 게 아니다"며 "수백억을 횡령, 배임한 사건의 핵심 관련자이고 같은 혐의를 받는데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구속조차 하지 않는 건 과도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이 규정하는 형의 감면은 임의적이고 법원이 형벌을 정할 때 고려하는 것이 통상적인 해석"이라며 "검찰이 특정범죄신고자라는 이유로 정 회계사를 불구속한 것은 사실상 플리바게닝을 해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검찰이 정 회계사를 기소하지 않았다면 감형 협상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재판에 넘겼고 구속 여부는 수사 기관의 재량이기 때문에 비판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