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대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이 논란이다. 시내버스의 운행 과정에서 승객이 부상을 입은 경우 그 부상의 원인이 승객의 과실에 있다 하더라도 시내버스회사 측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해당 사건은 버스운전기사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는 과정에서 승객이 일어나 가방을 메다가 정차하는 반동으로 뒤로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은 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승객에게 치료비를 지급한 후 버스회사와 버스의 자동차보험이 가입된 전국버스운송조합에 구상권을 행사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에서는 부상이 전적으로 승객의 과실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의 구상권 청구를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이를 뒤집어 버스회사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규정에 있다. 자동차의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운전자 및 해당 자동차 소유자를 지칭)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단서에서는 운행자의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를 각각 승객이 아닌 자가 사상한 경우(제1호)와 승객이 사상한 경우(제2호)를 구분해 규정한다. 승객이 아닌 경우는 ‘운행자와 운전자가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 또는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이나 기능상의 장해가 없었던 것이 증명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위 단서에 따르면 승객의 경우 ‘승객에게 부상 또는 사망의 고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승객의 과실 유무에 관계없이 운행자가 책임을 부담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승객은 자동차에 동승함으로써 자동차의 위험과 일체화돼 승객 아닌 자에 비해 그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부상한 경우 운행자는 승객의 부상이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임을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한 운전상의 과실 유무를 가릴 것 없이 승객의 부상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라고 하면서 부상의 원인이 승객의 과실에 있다 하더라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단서 제2호에 따라 운행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권 분립 원칙상 사법부인 법원은 입법부인 국회가 정한 법률을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승객에 대한 운행자의 책임을 사실상의 무과실 책임으로 규정하는 이상 이 같은 판결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승·하차나 입석 운행 등의 과정에서 승객에게 일정 부분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시내버스에 대한 예외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점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위 판결에 대해 많은 비판 여론이 제기되는 만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시 승객의 주의의무를 명확히 하고 대중교통에 대한 운행자 책임의 면제 사유를 신설하는 등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등 관련 법률에 대한 개정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강상구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email protected]

강상구 변호사는…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보유한 자동차 전문 변호사로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지상파 라디오에서 자동차 관련 법률 코너를 맡고 있으며 칼럼, 기고, 법률자문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